[해설]낸드 솔루션 역량 확보한 SK하이닉스 더 강해졌다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은 컨트롤러 하드웨어와 펌웨어 소프트웨어가 붙은 '솔루션' 분야로 옮겨간 지 오래다. 과거 메모리 업계는 낸드 칩 단품 판매에 전념했다. 그러나 최근엔 모바일, PC, 데이터센터 등 각종 용도에 맞춰 칩 동작을 좌우하는 컨트롤러와 펌웨어 소프트웨어를 접목시키지 않으면 시장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 완성품 제조업체가 단품이 아닌 이들 요소를 모두 접목한 솔루션 제품을 공급받길 원하기 때문이다.

메모리 칩 생산 업체 중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기술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삼성전자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일찍이 컨트롤러 기술 내재화를 위해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낸드 컨트롤러를 만드는 개발팀에는 1000명이 넘는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는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과거 애플 맥북 일부 제품군에서 성능 차이가 발생해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이 제품에는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탑재됐다. 삼성전자 SSD를 탑재한 맥북 성능이 월등하게 높았던 것. 이 사건은 컨트롤러와 펌웨어 기술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 외 인텔, 도시바, 마이크론 등은 외부 컨트롤러 업체를 연이어 인수하며 관련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2012년부터 컨트롤러, 펌웨어 업체를 인수하면서 기술 내재화에 역량을 기울였다. 그리고 최근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최근 256기가비트(Gb) 트리플레벨셀(TLC, 셀당 3비트 저장) 낸드플래시 칩에 자체 개발한 컨트롤러와 펌웨어를 탑재한 스마트폰용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 유니버셜플래시스토리지(UFS)를 개발 완료하고 양산 공급 중이다. 아울러 PCI익스프레스 인터페이스용 PC용 볼그리드어레이(BGA) 방식 PC용 SSD에도 독자 개발한 컨트롤러, 펌웨어를 채택했다. 조만간 양산한다. 연말에는 72단 512Gb 낸드를 사용한 데이터센터 탑재용 SSD도 자체 인증을 완료 후 대형 서버 업체를 중심으로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컨트롤러를 활용하면 칩 특성을 잘 살릴 수 있기에 그 만큼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고 원가 역시 절감할 수 있다”면서 “솔루션 경쟁력을 확보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은 향후 큰 폭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칩 생산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72단 256기가비트(Gb)에 개발 성공에 이어 7월 512기가비트(Gb) TLC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512Gb 낸드는 칩 하나만으로도 64GB 용량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다. 원가 역시 256Gb 대비 우수해 사업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512Gb 3D 낸드플래시는 현재 업계에서 양산 중인 제품 중에서는 가장 집적도가 높다. 72층 빌딩 약 60억개를 10원짜리 동전 면적에 구현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다. 칩 내부에 고속 회로 설계를 적용해 48단 대비 칩 내부 동작 속도를 2배 높이고 읽기와 쓰기 성능을 20%가량 끌어올렸다.

[해설]낸드 솔루션 역량 확보한 SK하이닉스 더 강해졌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