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가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해 국내 공기관 최초로 '블록체인 사업팀'을 출범했다. 단순 화폐 제조 사업에서 탈피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조직 체질개선의 신호탄이다. 한국은행 등 정부가 추진 중인 '현금 없는 사회' 사업에도 동참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조폐공사가 블록체인사업팀을 만들어 미래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공기관이 블록체인 기반 전담 조직을 만든 건 최초다. 또 4차 산업혁명 주요 분야를 팀으로 조직해 연구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조폐공사는 지난 7월 총 11명의 전문 인력을 투입해 '블록체인사업팀'을 만들었다. 이 가운데 3명은 외부 전문가로 채웠다. 블록체인사업팀은 미래전략팀과 더불어 기관 미래를 기획하는 미래전략실 산하로 배치됐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내역이 기록되고 참여자들에게 공유되는 분산원장으로 기술 특성상 해킹이나 위변조가 어렵다. 최근 은행과 증권사 등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거나 새로운 송금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블록체인의 높은 보안 장점 때문에 화폐를 비롯해 주민등록증, 전자여권 등 이종 산업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조폐공사가 화폐 주조 사업이라는 주력 사업이 어느정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 아래 다양한 미래 신사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미 지난해부터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지난해 말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아이디(ID), 상품권을 만드는 기술 검증을 끝냈다. 올해는 서비스 설계 단계로 실제 어떤 상품이나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지 연구하고 있다.
기술 보완을 위해 핀테크기업 '코인플러그'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연내 모바일 전자거래·ID 테스트베드 구축과 시범 사업도 추진한다. 오픈 플랫폼 형태로 발전시켜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공공기관 등에서 새로운 응용서비스를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와 소프트웨어개발자도구(SDK)도 제공할 예정이다.
조폐공사가 블록체인사업팀을 만들어 역량을 쏟는 것은 최근 지폐 사용이 줄어드는 등 실물화폐 사용이 급격히 줄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 '2016년 지급수단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신용카드 이용은 50.6%로 현금 26.0%의 약 두 배에 달한다. 2014년 신용카드와 현금이용은 각각 37.7%, 34.2%였으나 2년 만에 역전됐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올해 초 '동전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등 실물화폐 종말에 본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현금없는 사회', '동전없는 사회' 등의 이슈는 조폐공사에 굉장한 도전”이라며 “단순하게 수익창출을 위한 아이템 개발이 아니라 조폐공사 미래를 준비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기관이 4차 산업혁명 주요 분야를 내부 팀으로 조직하는 것에 대해 이례적일뿐 아니라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 특성상 사업파트너가 대부분 정부로 한정 될 뿐 아니라 민간부문이 빠르게 블록체인 관련 시장에 뛰어 들고 있어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폐공사가 시대 변화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좋지만 블록체인과 같이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분야에 '플레이어'로 뛰어드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