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조직 쇄신을 위해 3개 부문장을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신 3인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완성했다. 일시에 최고경영진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후속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에도 젊은 피 대거 중용 등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31일 삼성전자가 실시한 부문장 인사는 '안정 속 세대교체'로 평가된다.
한꺼번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3명의 부문장을 모두 교체함으로써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더욱더 빨리 대처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부문장을 일거에 교체했지만 3명 모두 현직 사업부장을 맡고 있어 기존 사업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은 반도체 총괄,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장은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은 무선사업부장을 각각 맡고 있다. 각 부문의 핵심 사업을 맡아 온 만큼 부문장 역할도 원활히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는 이뤄졌지만 의외의 인물이 부각되는 깜짝 인사는 아니라는 평가다.
이번 인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던 이상훈 경영전략실장(사장) 역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다만 이상훈 사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기로 해 안정 속 변화에 힘을 실었다.
이상훈 사장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가운데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그룹 주력 사업 점검, 미래 먹거리 발굴, 계열사 간 역할 조율, 투자와 인사 등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사업 측면에서는 안정감이 있지만 조직 내부로는 상당한 충격을 몰고 올 세대교체 인사로 평가된다.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 사장이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후배들에게 길을 터 주겠다'며 과감하게 용퇴를 택한 것은 다른 사장단에게 주는 메시지가 상당하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이어질 사장단 인사에서 상당한 규모의 세대교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층 젊어진 사장단의 나이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기존의 권오현·윤부근·신종균 부문장은 모두 60대인 반면에 신임 부문장들은 모두 50대다. 기존 3인 부문장의 평균 연령은 63.3세인 반면에 이번 신임 부문장은 57세로 약 6세 젊어졌다.
최고경영진이 대폭 젊어진 것은 후속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뒤따를 삼성 계열사 사장단 인사, 삼성전자 임원 인사, 조직 개편 등에 큰 변화를 점치는 이유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예년처럼 사장단 인사는 일괄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세대교체 바람은 전 계열사로 번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사장단 인사를 건너뛰고 임원 인사를 최소한으로 실시하면서 인사 수요도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젊은 부문장을 일제히 내세운 것은 엄청난 변화로 평가된다”면서 “부사장 인사 등 후속 임원 인사에서도 젊은 임원들이 전면에 배치되는 등 파격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조직 개편 규모와 방향도 초미의 관심사다. 부문장 인사를 통해 IM, CE, DS 3개 부문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만큼 사업 부문을 넘나드는 대규모 조직 개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각 사업부 내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CE 사업 부문 내에서 VD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를 통합하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
신임 부문장들이 맡고 있던 총괄과 사업부장 자리를 누가 이어 받을지도 주목된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