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방한 첫 공식일정으로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한국과 미국 간 '위대한 협력'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캠프 험프리스로 달려가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협력을 재확인하면서도 자국의 일자리 창출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경제 분야 실익 챙기기를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이날 낮 12시 18분께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었다. 검은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했다.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역시 검은 계통의 옷에 선글라스를 낀 채 비행기에서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 도착에 맞춰 21발의 예포 발사 등 국빈 예우 행사가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접을 나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윤제 주미대사 등과 악수했다. 멜라니아 여사도 선글라스를 벗고 우리 측 대표와 인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일정인 평택 주한미군 기지 방문을 위해 미국 대통령의 전용헬기인 '마린원'에 탑승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등이 마린원에 함께 탑승했다.
12시 50분께 캠프 험프리스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경두 합참의장, 토머스 밴달 미 8군 사령관(중장), 토머스 버거슨 주한 미 7공군 사령관(중장) 등 한미 군 수뇌부와 악수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미 8군사령부에서 비공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연합사령부 일반 현황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위협 실태 등 북한군 최신 동향 △한반도 안보정세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등을 보고했다. 캠프 험프리스 기지조성과 주한미군기지 이전 현황도 보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맞이하기 위해 캠프 험프리스를 전격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캠프 험프리스에 도착했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첫 방문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찾아 맞이한 것은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양국 대통령은 한미연합사 소속 한미 장병과 점심을 함께 했다. 장병들 앞에는 음식이 담긴 식판이 놓였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군 병사 한 명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반갑다. 좋은 음식이다. 고맙다(Hello everybody. Good food. Thank you all)”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장병의 점심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위대한 협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잠시 후 문 대통령, 그의 대표단과 함께 곧 무역에 관해 예정된 훌륭한 미팅을 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문제를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바라건대 회의가 잘 풀려서 우리가 미국 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내가 여기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또는 폐기를 언급했다. 한국과 미국 간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미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안보와 무관한 일자리 창출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상대로 200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북한 도발 억지에 기여하는 노고를 치하했다. 평택 미군기지를 '한미연합 방위력의 중심'이라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 계신 한미 장병 여러분, 특히 미군 장병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한국에서는 '어려울 때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여러분은 대한민국이 가장 어려울 때 피 흘리며 도와준 진정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여러분은 한미 동맹의 든든한 초석이고 한미 동맹의 미래”라면서 “함께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캠프 험프리스는 한미 양국이 2003년부터 본격 추진한 주한미군 기지이전사업에 따라 주한 미 8군이 주둔할 기지다. 미 육군 해외기지로는 최대 규모로 꼽힌다. 부지 면적이 여의도의 5배인 1468만㎡에 달한다. 들어서는 건물은 513동(한국 측 226동, 미국 측 287동)이다. 공정률은 약 95%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지와 건설 비용 100억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11조원) 가운데 한국이 92%를 부담했다.
밴달 사령관은 문 대통령에게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하면 한국이 한미 동맹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또 “한미동맹의 상징과 같은 곳인 캠프 험프리스 기지 조성을 위해 107억 달러의 92%를 부담한 한국과 한국 국민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 뒤 캠프 험프리스를 떠나 청와대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산기지 방문을 거쳐 국빈 방한에 따른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영접했다. 양국 대통령 내외 4명은 양국 어린들이과 악수하고 기념촬영을 한 뒤 공관 앞 사열대로 이동했다.
공식 환영식은 양국 국가 연주로 시작됐다. 외교 관례상 미국 국가가 먼저 연주됐다. 이어 우리나라 국가가 연주됐다. 의장대 사열을 받은 양국 대통령 내외는 한국과 미국의 주요인사들과 인사나누며 공식 환영행사를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둘째 날인 8일 오전에 주한미국대사관 직원과 가족을 격려한 뒤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 등과 사전 환담한다. 오전 11시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한다. 미국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은 1993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에 헌화한 후 다음 방문국인 중국으로 떠난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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