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이 화두다. 지난 10월 정부는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확정·발표했다. 원전의 단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전환 로드맵의 뼈대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현재의 7%에서 2030년까지 2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이른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이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정부의 에너지 전환이 급격한 변화라고 우려하지만 글로벌 트렌드와 비교할 때 늦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민 합의를 거쳐 원전 및 석탄을 점차 줄여 나가는 한편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 '그리드패리티'가 나올 정도로 신재생에너지가 정착하고 있다.
2015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탄소배출량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의 배출량이 1990년 대비 평균 7% 이상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가장 높은 111%의 증가율을 보였다. 보고서는 주요 원인으로 석탄발전 증가를 꼽았다.
원전과 석탄화력이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해 온 것은 사실이다. 원전과 석탄화력으로 생산된 저가의 전기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세계로 진출해서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낮은 전기요금을 바탕으로 한 산업 경쟁력 확보 덕분에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현재와 미래 환경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은 에너지 소비 구조의 대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국민은 에너지 소비에서 환경과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은 글로벌 트렌드뿐만 아니라 국민 요구와도 부합하기 때문에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점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에너지 전환 로드맵 발표가 의미하는 시사점이 크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이 성공 이행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 첫걸음은 지속 가능한 국가 에너지 계획 수립이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제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그것이다.
이러한 국가 계획에서는 더욱더 현실을 포괄 고려한 관점도 담아야 한다. 전력의 안정 공급 방안과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는 타 전원의 세부 활용 방안, 지원 계획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석탄발전 대신 가스발전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좋지만 적자가 계속되고 가동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가스(열병합)발전의 구조 문제 해법은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 신재생에너지 보완 대책으로 분산형 전원이 지목되지만 대표 주자격인 집단에너지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외형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도움이 되는 타 전원을 강화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집단에너지의 분산 전원 설비는 수요지 내에 입지하면서 기동성이 뛰어나 추가 투자 없이도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
집단에너지 등 기존 자원의 활용도 제고는 국가 자원의 효율 사용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 증가도 줄일 수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열병합발전의 지속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열병합발전에도 기후변화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원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하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려 사항을 에너지 정책에 반영, 단계별로 이행하는 것이 에너지 전환의 초석을 다지는 길이다.
에너지 국가 계획이 잘 수립돼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진화하고 있는 에너지 산업에서도 우리가 글로벌 리더가 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 shyoo11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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