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신문은 10일 자국 내 소셜네트워크(SNS) 상에 혐한(嫌韓)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초대하고 독도 새우를 재료로 한 음식을 대접했다는 이유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에 과민하게 반응한 뒤 트위터상에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와 흡사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극우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61)는 트위터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독도 새우 한미정상 만찬 포함을 겨냥한 망언을 했다. 하쿠타는 올 초 “전투상태가 되면 재일(동포)은 적국의 사람이 되기 때문에 거리낄 것 없이 짓눌러 죽일 수 있다”는 등 혐한 발언을 일삼고 있다.
여당인 자민당의 야마다 히로시 참의원 의원은 “자기만족이고 가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는 말로 적개심을 드러냈다. 야마다는 고노 담화 검증을 줄기차게 주장한 극우 인사다.
일반인들도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혐한 글을 올리고 있다.
신문은 이와 관련해 위안부 합의와 위안부 피해 여성의 만찬 참석은 서로 관계없는 일이라는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의 말을 전했다. 대립을 조장하는 일은 한일 양국이 서로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자료전시 시설인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의 와타나베 미나 사무국장은 “인권침해를 받아 스스로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피해자가 그런 자리에 초청받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며 작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히로시마의 원폭 피해자와 만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가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한일합의의 '상호 비방·비판 자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가 한일합의를 구실로 귀를 막는 등의 태도를 취하는 게 나쁜 일”이라고 비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