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5.4 강진에 전국이 '들썩'...역대 두번째 규모

15일 오후 2시 29분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작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지진 중 역대 두 번째 강진이다. 이번 지진은 진원 깊이가 비교적 얕아 체감 진동이 매우 컸고, 향후 지속적인 여진 피해가 우려된다.

15일 포항 지진 발생 위치. [자료:기상청]
15일 포항 지진 발생 위치. [자료:기상청]

기상청에 따르면 포항지진 발생 지점은 포항시 북구 북쪽 9㎞, 북위 36.10도, 동경 129.37도다. 지진 깊이는 9㎞로 파악됐다.

기상청은 지진발생 후 19초 만에 지진조기경보 발령하고 이후 단 4초 만에 긴급재난문자를 송출했다. 기상청은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당시 늑장대응으로 빈축을 샀다. 이를 계기로 지진조기경보를 15~25초 이내로 앞당겼다.

경보는 신속했으나 발생지역과 규모를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 규모 5.5'로 발표해 최종 지진정보에서 지진 규모를 하향조정하는 혼선을 겪었다. 기상청은 “지진조기경보는 이동속도가 빠른 지진파(P파)만을 이용해 자동 추정한 정보”라고 최초 경보의 배경을 설명했다.

규모 5.4 지진에 앞서 오후 2시 22분 32초 포항시 북구 북쪽 7㎞ 지역에서 규모 2.2, 2시 22분 44초 비슷한 지점(북위 36.08도, 동경 129.31도)에서 규모 2.6 지진 등 전진이 발생했다. 이어 오후 2시 49분 규모 3.6 지진을 시작으로 3시 0분 54초께 2.9, 3시 9분 49초 3.6, 4시 49분 4.3 규모 지진 등 오후 7시 현재까지 총 18차례 여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포항 지진의 여진이 몇 달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이날 포항 지진 관련 브리핑을 열고 “통상 규모 5.0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수개월간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진다”며 “이번에도 수차례 여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지진으로 경북과 경남은 물론 서울 지역에서도 건물 흔들림이 느껴지는 등 전국 곳곳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일부 건물 외벽이 파손되거나 균열되기도 했다.

지진 발생 후 전국 이동통신 사용량이 급증했다. 통화 연결이 지연되는 등 일부 사용자가 불편을 겪었지만, 통신망 시스템 이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통사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직후 안부 및 신고 전화가 폭주하며 음성통화 사용량이 평소보다 3배 가량 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시민 제보가 잇따랐다.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망 시스템에 장애는 없지만,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인 트래픽 폭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송이 지연되는 등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며 “지진 발생 직후 비상 상황반을 개설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는 여진발생 등에 따른 통신시설 피해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통신재난대응메뉴얼'에 따른 '관심단계'를 발령했다.

이날 오후 현재 산업, 전력 분야에서 이렇다할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포항과 인접한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삼성전자와 SK실트론 등 직원들은 긴급 대피했다가 복귀했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은 지진 발생 직후 주간 근무자 1300여명이 모두 긴급 대피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진으로 인한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 차질이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미에 사업장이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일부 민감한 공정 설비가 지진을 감지하고 일시 중단했지만 현재는 재가동에 들어갔으며 피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력계통 기간망도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지진이 원전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원전은 경북 경주시에 있는 월성원자력본부다. 이곳에 있는 원전 6기를 포함해 다른 지역의 원전 모두 이상이 없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진 발생 이후 3시 10분께 안전정책국장 주재로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해 지진 영향을 점검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원안위는 원전을 포함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등 원자력 시설 안전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원안위는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사무처장과 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를 파견하기로 했다. 아직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진앙지에서 가까운 월성원전을 재차 정밀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부도 긴급 지진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보고 받고, 바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해 국민 피해상황과 원전안전 상황, 차질 없는 수능시험 관리 대책 등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원전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시설들의 안전을 철저히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경주 지진을 경험해 보니 지진 발생 때 본진뿐만 아니라 여진 등의 발생에 대한 불안이 크다”며 “현재 발생한 지진이 안정 범위 이내라고 해서 긴장을 풀지 말고 향후 상황을 철저히 관리하라”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진 발생 직후 정부세종청사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다. 만일 대규모로 피해가 확산될 경우에 2단계까지 가동할 수 있어, 상황을 봐가며 2단계 가동을 결정할 계획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현재 지진으로 인한 중상자는 1명, 경상자는 13명이다. 지역별로는 부산 1명, 대구 1명, 경북 12명으로 집계됐다.

행안부는 지진 발생 즉시 KBS 등 방송국에 재난방송을 요청했다. 신속한 피해 상황 파악과 필요시 긴급조치 등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본부 1단계 체제를 운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청사에서 긴급 영상회의를 열어, 발전소·송배전망·석유비축시설·도시가스관 등 에너지 시설과 전국 산업단지 상황을 점검했다. 국토교통부는 지진재난에 따른 피해 조사 및 수습 복구를 위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피해 현황을 조속히 파악하고 국민 안전을 위해 SOC·시설물 피해 최소화와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조정형, 안호천, 문보경, 성현희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