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북 포항 지역에 역대 두 번째로 강한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16일에도 수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첫 지진 때는 서울에서도 흔들림을 느꼈다. 많은 사람이 지진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지진은 시기와 장소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발생하면 큰 피해를 초래한다. 최근 이란에서는 규모 7.3의 강진으로 말미암아 500명 넘게 사망했다. 이번 포항 일대 지진에서는 심각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이 불안에 떨었다. 포항에 거주하는 지인도 15일 밤을 자택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내야 했다.
포항 지진은 우리나라 땅덩이를 뒤흔드는 것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여진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16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뒤로 연기했다. 자연 재해로 인한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다. 시험을 불과 12시간 남짓 앞두고 연기가 결정됐다. 수많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혼란스러워했지만 안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였다는 평이다.
남은 것은 일주일 뒤 수능을 정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문제지 보관에서부터 나머지 수능 관련 일정을 발 빠르게 정비, 고지하는 것까지 차질이 없어야 한다. 자연 재해가 아닌 인재로 인한 혼란은 용납되지 않는다.
지진 여파는 수능을 지나 원전으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로 뜨겁게 달궈졌다가 냉각기에 접어들던 탈원전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지진 직후 여러 단체가 정부에 탈원전 속도를 올릴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원전 사고를 막는 최상의 해법은 원전을 멈추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사 재개를 결정한 신고리 5·6호기도 자칫하면 재소환될 판이다.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원전을 비롯한 전력 계통 인프라에 치명타로 작용할 것임은 자명하다. 지진의 충격이 아파트, 공장, 오피스빌딩, 공공기관, 통신시설 등을 가리지 않듯 원전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원전은 지진뿐만 아니라 어떤 자연 재해나 돌발 상황에서도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와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 과제의 중요성은 비단 지진 때만이 아니라 1년 365일 내내 유효하다.
그러나 원전 안전 요구가 원전을 없애는 형태로 흘러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한국은 에너지자원이 없고, 태양광·풍력 발전을 무한정 늘리기도 어려운 나라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없앨 때 벌어질 전력 문제를 해결할 대책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원전 안전이 '과학'을 넘어 '공포'로 변질되는 것 또한 우려한다. 원전 안전을 걱정하는 것이 괴담처럼 확대되면 친원전, 탈원전 진영 어디에도 득 될 것이 없다.
공론화 때 시민참여단이 보여 준 것처럼 냉철하게 접근하면 된다. 이미 우리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과학'이 '공포'를 넘은 것을 경험했다. 원전 안전이 우려된다면 안전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먼저다. 정부는 이미 내년 6월까지 모든 원전의 내진 성능 기준을 규모 7.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원자력계는 이를 충실히 이행하고, 시민단체는 이를 확인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1, 2위 규모의 강진이 최근 1년여 사이에 일어난 것은 간과해선 안 될 사실이다.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안전을 강화하는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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