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뒷간서 나온 여당, 마음이 바뀌었나

[기자수첩]뒷간서 나온 여당, 마음이 바뀌었나

'뒷간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이 끝나면 나 몰라라 하는 경우를 두고 쓰인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보다는 덜하지만 요즘 국회에서 야당이 여당을 비판할 때 많이 쓰는 말이다.

야당 시절 더불어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반대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이던 유승민 현 바른정당 대표에게 '배신의 정치'라는 말을 남겼다.

올해 정권이 바뀌고 여야도 달라졌다. 그런데 방송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은 '요지부동'이다.

박 전 대통령이 거부하던 국회법 개정안은 2015년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가 정부 시행령에 수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 시행령 등 행정 입법 통제 권한을 강화했다. 찬성 211명, 반대 11명, 기권 21명 등 여야가 함께 통과시켰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 법안이다. KBS 여야 추천 이사 비율 7대 4,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6대 3을 7대 6으로 통일하자는 게 골자다. 사장 선임에 이사회 3분의 2 동의가 필요한 특별다수제도 포함됐다. 박홍근 민주당 현 원내수석부대표를 포함해 여야 의원 162명이 함께 발의했다.

국민의당은 줄기차게 방송법과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한다.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도 동참했다. 여당이 된 민주당은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방송법과 국회법 개정안 모두 정권의 힘을 분산시키는 장치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이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

“내가 할 땐 정과 의리지만 남이 할 땐 부정과 비리일 수 있습니다.” 공익광고협의회가 부정청탁금지법을 홍보하며 사용한 문구다. 민주당과 청와대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