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 게임생태계 백년대계 위한 게임교육 방향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임인들은 이미 5차, 6차를 넘어 N차 산업 시대를 고민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두 축인 초지성과 초연결은 게임 산업에서 오래 전부터 시도해 온 것들이다. 최근엔 게임 속 인공지능(AI)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게이머과 AI 대결이 벌어졌다. 알파고와 후속 AI 시리즈가 인간 프로 기사들을 연거푸 꺾으며 게임마저도 AI에 권좌를 내줄 것이라는 관측이 강했다. 결과는 아직까지 인간이 우위였다. 스타크래프트 대전에선 프로게이머가 AI를 이겼다.

게임 분야에서 인간이 계속 우세할 지는 의문이다. 알파고 시리즈는 바둑에서 경우의 수(10의 170승)를 계산하고, 무려 16만개 이상의 기보 학습으로 인간 프로기사를 제압했다. '상황 판단 능력'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긴 했지만 디지털게임 대결에서도 AI의 승리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프로게이머는 살아남을 것이다. 인간의 능력으로 대결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게임 개발자들이 안전지대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게임테크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 게임 엔진 기술 장벽은 낮아진다. 웬만한 프로그래머들이 몇 개월 동안 짜야 할 알고리즘은 오픈소스로 공개된다. 그래픽 애셋(Asset) 스토어에는 자고 나면 수많은 예술에 가까운 결과물이 쏟아져 올라온다.

게임 개발의 핵심인 게임테크(기술)나 게임아트(그래픽) 분야까지 그리 큰 수고, 노력, 지출 없이 구할 수 있는 시대의 도래도 시간문제다.

인간이 컴퓨터와 대결해서 기술로 차별화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초지성 시대를 대비해 강화돼야 할 게임 교육의 방향은 크게 사회 참여, 인성과 협업, 인문 소양, 융합 등 '신게임 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회 참여가 게임 교육에 최우선 고려됐으면 한다. 게임 산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가며, 이제 그저 돈벌이를 넘어선 가치 창출이 필요하게 됐다.

게임이 산업을 넘어 문화와 예술로 지위 향상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하다. 게임과 게임인은 그에 걸맞은 사회 참여와 책임이 요구된다.

미래 게임 교육은 우선 개발에 치중된 교과 과정보다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성숙한 사회 참여자로서 충실한 역할이 강화됐으면 한다.

둘째 인성과 협업 중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날이 갈수록 우리 사회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게임 분야 경쟁도 도를 넘고 있다.

과도한 경쟁은 전체 게임 생태계의 상생 발전에 득이 될 게 없다. 과도한 경쟁과 크런치모드 결과로 많은 게임인이 희생되고 있다. 조금 늦거나 조금 부족하더라도 서로 보듬고 함께 상생할 게임 생태계가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위해 '인성과 협업'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셋째 인문학 함양이다. 필자를 포함한 연구자들은 게임 교육에도 인문학의 중요성을 토로해 왔다. 최근 들어 게임에도 인문학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는 반길 만하다.

특히 최근 게임 장르 쏠림 현상이나 확률형 문제 타개책으로도 인문학은 중요하다. 인문학은 역사, 신화, 종교, 철학, 미학, 심리학, 문학 등을 포함한다.

언제까지 핵앤슬래쉬와 랜덤박스로만 명맥을 이어 갈 것인가. 게임 생태계의 근간을 탄탄히 할 해결책을 인문학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넷째, 융합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게임과 정보통신기술(ICT)은 물론 문학, 공연, 만화, 인문학 분야와 학제 간 융합 강좌 개설이나 연계 전공도 바람직하다.

게임 공연이나 게임 문학 같은 새로운 파생 융합 문화 장르 출현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게임과 ICT 신기술(IoT, 3D 프린팅, 빅데이터, 헬스케어, 웨어러블 등)은 융합 상생이 매우 높다. 가장 바람직한 초지성, 초연결 상생 모델의 출현을 촉매시킬 것으로 보인다.

게임 본질 교육이 필요하다. 그동안 멀리한 사회 참여, 인성과 협업, 인문 소양, 융합 교육을 다시 챙겨야 한다.

지금이 최적기다. 문재인 정부의 게임 정책 틀을 정비할 주무 부처와 게임 진흥 기관이 앞장서서 신 게임 교육을 주도해야 한다. 게임 대기업, 협회, 단체도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자세로 '신게임 교육' 실천에 솔선해 주길 당부한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game365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