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OPEC 과도하게 시장 자극해 원유가격 높일수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석유수출기구(OPEC)가 과도하게 시장을 자극해 원유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오는 30일 산유국의 원유감산 기간 연장 논의를 앞두고 OPEC 회원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신흥국, 산유국 재정위기는 한국 경제 최대 변수이자 불안요소로 부상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신흥국, 산유국 재정위기는 한국 경제 최대 변수이자 불안요소로 부상했다.

OPEC은 수년간 미국 셰일 오일 업체들이 주도한 원유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은 채 2014년 유가 급락에도 대응하지 않다가 작년 감산 결정을 내렸다. 유가 상승을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현재 투자자와 석유업체 등은 OPEC이 과도하게 감산하는 것을 걱정한다. 감산과 유가 상승이 과도하면 세계 원유 수요를 축소하고 전기자동차 등 원유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기술 발전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업체 OMV의 라이더 실레 최고경영자(CEO)는 “OPEC이 충분히 일하지 않은데 익숙하다”며 “지금은 OPEC이 더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말까지 9개월간 추가 감산을 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팔리흐 사우디 석유장관도 최근 블룸버그 TV에 사우디가 시장에 충격을 줄 가격 급등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장이 점진적으로 균형을 찾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고유가는 미국 셰일 오일 업체의 생산을 부추겨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미국 원유정보업체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감소한 미국 내 채굴장비 수가 지난주 동안 9개 늘어 747개를 기록했다.

고유가는 OPEC 회원국이 원유를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생산 목표를 속이는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에콰도르는 OPEC의 감산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사회 갈등으로 감산하지 못한 채 원유 생산을 늘리고 있는 리비아와 나이지리아도 OPEC에 부담이다.

더그 킹 머천트 코머더티 헤지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을 지나치게 옥죄면 원유 가격이 곧 (배럴당) 70달러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OPEC이 감산을 연장하지 않으면 시장을 겁먹게 할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2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배럴당 0.93달러(1.6%) 상승한 58.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5년 6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0.31달러(0.49%) 오른 63.86달러에 거래됐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