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더 나은 소통 위해 장애인방송 품질 높여야

[특별기고]더 나은 소통 위해 장애인방송 품질 높여야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TV를 켠다. 씻고, 먹고, 차려 입는 틈틈이 TV 채널을 돌리면서 밤사이에 단절된 세상을 만난다.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에 목도리나 장갑을 챙기고, 출근 빙판길 교통마비에 십분 먼저 집을 나서고, 엊그제 치른 수능의 뒷이야기 등은 점심시간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 소재로 간직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삶을 이어 간다. 그 실천 과정의 핵심에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며, 그것으로부터의 소외는 사회 소외 및 삶의 질과 직결된다. 그러나 감각기관 장애로 인해 의사소통과 정보 접근에 제약이 있는 시·청각 장애인은 다소 열악한 사회 조건에 놓일 수밖에 없다.

2006년에 유엔은 장애인 인권 및 기본 자유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권리협약'을 천명했다. 8개 기본 원리의 하나인 '정보접근권'은 권리 주체로서 장애인이 장애와 관계없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사회생활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유·무형 정보통신 접근을 보장한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방송, 특히 텔레비전 방송 접근권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미디어별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텔레비전 149.8분, 인터넷 117.2분, 종이신문 6.5분, 라디오 20.3분 등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다양한 뉴미디어의 연이은 등장에도 여전히 텔레비전은 정보 습득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자 오락 및 문화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70는 시·청각 장애인의 방송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1년 7월 방송법을 개정하고 폐쇄 자막, 한국 수어, 화면 해설 등을 이용한 방송(장애인방송)을 방송 사업자의 의무로 명시했다. 2011년 12월엔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를 제정, 그동안 방송사의 자율에 맡겨 둔 장애인 방송접근권 서비스를 2012년부터 구체화해서 설정하고 시행해 왔다.

만 5년이 흐른 현재 지상파방송·종합편성PP·위성방송 등 주요 방송사들은 폐쇄 자막 방송 100%, 화면 해설 방송 10%, 수어 방송 5%를 편성하고 있다. 이는 영국 BBC 등 장애인방송 선진국들의 수준을 외형으로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수어 방송에서 영상 크기가 작아 답답하다는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모든 채널 및 프로그램 정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시각장애인의 요구,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시청 시간대에 장애인방송이 많이 편성됐으면 좋겠다는 의견 등 이제는 외형 확대 차원을 넘어 내실 제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방통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어 영상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수어 방송', 주문형비디오(VoD) 등 프로그램 정보에 시각장애인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음성 안내 서비스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장애인방송의 주시청 시간대 편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담보할 고시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우리나라 시·청각 장애인은 약 52만명이다. 전 국민의 1%에 해당한다. 이들이 소외되지 않고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방송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보호를 위해 방통위는 더욱 노력할 것이다.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kossgo@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