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16> '한미FTA 검투사'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국가 간 협상은 이익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협상 과정은 전쟁터처럼 치열하지만 결과는 상호 '윈-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국가 간 협상은 이익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협상 과정은 전쟁터처럼 치열하지만 결과는 상호 '윈-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재협상 절차에 돌입했다. 양국은 지난 8월 22일 재협상을 위한 대표단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앞으로 한미FT를 어떻게 진행해야 국가 이익을 극대화할까. 한미 FTA 한국 측 수석대표와 장관급인 외교통산부(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FTA 협상을 이끈 김종훈 전 본부장을 11월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13층에서 만나 대응책을 들었다.

'FTA 검투사'로 불리는 그는 2006년 한미 FTA 협상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 2010년 한미 FTA 재협상을 책임지고 타결한 한미 FTA 협상의 살아있는 증인이다.

김 전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5년여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일했다. 2011년 12월 공직을 떠나 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 서울 강남을)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체육회 명예대사로 일하고 있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16> '한미FTA 검투사'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협상장은 전쟁터인가.

▲국가 이익을 다투는 현장이어서 반쯤은 전쟁터라고 할 수 있다. 협상장에서는 상대 수를 읽고 시의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전쟁과 다른 점이라면 전쟁은 승자와 패자로 갈린다. 그러나 국가 간 협상은 이익균형이 맞아야 한다. 어느 일방에게 유리한 협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협상과정은 전쟁터처럼 치열하지만 결과는 상호 '윈-윈'해야 한다.

-한미 FTA 재협상 절차는.

▲한미 FTA는 2012년부터 발효했다. 당시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통상절차법)을 제정했다. 이 법의 핵심은 3가지다. 하나는 행정부에서 국회에 협상을 통보하고 국민의견을 수렴하며 협상에 따른 경제적 효과와 영향을 분석한다. 이 법에 따라 이미 정부는 경제성 효과를 발표했고 협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10일 1차에 이어 오늘 2차 공청회를 여는 것도 법 절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협상 중이다. 내 경험상 이상한 점은 미국 측 태도다. 한미 FTA와 관련해 미 행정부가 의회에 통보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 미국도 협상개시 전에 의회에 협상개시 의향을 통보하고 연방 관보 공지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통보를 안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회에서 할 일이 없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본격 협상 시기는 언제로 보나.

▲올 연말이나 내년 초로 예측한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16> '한미FTA 검투사'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개정과 추가협상은 뭐가 다른가.

▲있는 걸 고친다는 점은 같다. 다른 점은 개정은 현재 시행하는 걸 고친다는 의미다. 추가 협상은 발효하기 전 다시 협상하는 것이다.

-한미 FTA 5년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양국이 다 이익이었다. 미국 트럼트 대통령 방한시 당초 예측과 달리 통상문제에 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부가 사전에 노력한 결과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는 경제적 이윤이다. 미국 측은 한미 FTA로 인해 적자가 늘고 일자리가 줄며 투자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우리가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다. 한미 FTA 때문에 미국이 적자를 본 것이 아니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의 한국 자동차 관세는 2.5%다.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8%에서 4%로 내렸다. 미국이 관세 혜택을 보고 있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미국 내 한국 유수기업은 많은 미국인을 고용한다. 대미 투자는 과거에 비해 2배 늘었다. 고용 인력만 4만명에 달한다. 한미 간 무역도 증가했다. 한 국내 미국산 수입시장 점유율은 8%에서 지난해 11%로 3%나 늘었다. 한국도 미국시장에서 0.6% 증가했다. 이런 결과를 가지고 얼마든지 미국 측 주장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문제는 시기가 지났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 선거유세때 미국 중서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근로자와 실업자들의 바짝 마른 가슴에 불을 붙였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그들의 생활을 피폐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한미 FTA에 부정적 메시지를 계속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를 시정하자며 한국에 요구하는 게 많다. 자신의 공약에 대한 정치적 성과를 내기 위함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접합 점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협상의 묘미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16> '한미FTA 검투사'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이번 재협상이 한국에 기회인가, 위기인가.

▲세상일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기회라고 생각하면 위기가 오고 위기라고 생각하면 기회가 온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미국이 자동차와 가전, 철강분야를 불공정 무역으로 지목했는데.

▲자동차는 한미 FTA 협상 후 지금은 절충해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 안전과 환경기준은 유럽이 까다롭다. 배출가스 기준이 대표적이다. 미국산 자동차도 한국 환경기준에 맞춰야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철강 생산보다 소비가 더 많다. 수입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철강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포스코는 이미 시장을 다변화했다. 미국이 자국 산업보호 장치를 강구하면 당장은 보탬이 되겠지만 멀리 보면 병을 깊게 만드는 결과다.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만든 가전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걸 못 들어오게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소비자들이 품질 좋은 한국산 가전제품을 구입 못한다. 미국인만 손해다.

-이번 재협상이 한국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다.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하는지 아는 게 없다. 정부도 그런 이야기를 안 하고 있다.

-농축산업계 반발이 큰데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달 10일 한미 FTA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났다. 과거 농업개방은 한미 FTA 협상할 때도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정부와 농축산인이 같이 노력해 풀어야 할 과제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16> '한미FTA 검투사'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에 요구할 분야는.

▲당시 한미 FTA 협상에서는 전자상거래 정도가 대상이었다. 극히 일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4차 산업혁명시대 데이터와 디지털 교역이 핵심인데 데이터 활용이나 디지털교역 플랫폼을 만들어 서로 협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노력을 하면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어떤 협상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협정문에 뭘 고칠지를 생각해야 한다. 둘째, 10년 전에 없던 것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셋째, 협정문 밖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과거 협상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과거 일을 이야기하려면 며칠간 밤을 지새워도 모자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세 가지다. 2007년 3월부터 4월까지 협상할 때다. 당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을 깨야 할 상황까지 갔다. 당시 가장 첨예한 이슈가 농업개방이었다. 밤을 새며 치열하게 협상했다. 두 번째는 2008년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미국 측이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재개하자고 요구했다. 광우병 사태가 일어나 국론이 두 조각났다. 세 번째는 미국 정부가 부시에서 오바바 정부로 바뀐 후다. 2010년 미국이 자동차 추가 협상을 요구해 왔다. 처음에는 “점 하나도 못 고친다”고 대응했지만 나중에 추가 협상을 했다. 책을 내고자 자료도 준비했다. 시간 여유가 나면 책을 낼 생각이다.

-FTA 협상과 관련해 정치권과 국민에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잘 해왔다. 빈국에서 수출 세계 6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로 발전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기존처럼 하면 안 된다.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은 미완(未完)의 과제로 규제혁파와 노동유연성 문제를 안고 있다. 노동생산성은 우리가 가슴에 손을 대고 생각할 과제다. 경쟁국에 비해 노동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임금만 올린다면 기업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사회적인 대타협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제 세상은 지식과 정보가 경쟁력이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미래 먹을거리를 찾아야 한다. 정부는 시장이 활력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 만약 시장이 죽으면 어떻게 되겠나. 미완의 과제를 국가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16> '한미FTA 검투사'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계속 정치를 할 계획인가.

▲노코멘트.(웃음)

-좌우명과 취미는.

▲높은 산, 넓은 바다, 깊은 뿌리다. 높은 산은 이상이고 넓은 바다는 생각의 폭이자 관대함이다. 깊은 뿌리는 흔들리지 않는 의지다. 나는 이를 내 마음속에 형상화했다. 그래서 책을 사면 첫 장에 이걸 써 넣었다. 운동은 다 좋아한다. 좌우명에 맞춰 높은 산에서는 등반과 산악 오토바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바다에서는 윈드서핑 일종인 카이트 보딩을 한다.(그는 휴대폰으로 카이트 보딩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익스트림 스포츠 애호가였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 8회에 합격해 캐나다 주재 참사관, 외무부 의전담당관, 주미국 대사관 참사관, 외무부 의전심의관 등을 역임했고 제네바 공사를 거쳐 2000년 지역통상국장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회의(SOM) 의장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한미FTA 야전 사령관 격인 수석대표를 맡아 강온 전략으로 미국과의 협상 타결을 이끌어 냈다. 당시 별명이 'FTA 검투사'였다. 2007년부터 5년가량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격인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뒤 2012년 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했다. 현재 대한체육회 명예대사로 활동 중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상과 아시아유럽미래학회 CEO 대상(외교통상부문), 홍조근정훈장과 황조근정 훈장을 받았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