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에게 애플 전용 운용체계(iOS)를 지원하는 별도의 개통 시스템 구축을 요청했다. 필요한 모든 소요 비용은 이통 3사가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애플이 이통사 대리점에 배치되는 아이폰 관련 홍보 책자와 제품 진열 방식 등을 강제하고, 이통사에 광고 비용을 전가하는 등 잇따른 '갑질' 논란'으로 인한 비판에도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플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에 iOS용 개통 시스템 구축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통사는 애플 전용 개통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됐다.
이통 3사는 개통 전산 시스템에 윈도OS를 적용하고 있다. 애플은 iOS를 지원하는 별도의 개통 시스템을 구축, 기존 개통 시스템과 호환이 되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애플의 iOS 개통 시스템 구축 요구는 데스크톱 PC 없이 아이패드만으로 휴대폰 개통 전 과정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이통사는 iOS용 개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존 시스템과 상호 호환성 등을 검증해야 한다. 구축도 구축이지만 호환성 확보는 쉽지 않다.
본인 인증과 개인 정보를 다루는 시스템이어서 높은 정밀도가 요구된다. 이 작업이 어렵다는 것은 지난해 12월 신분증 스캐너 도입 초반에 오류가 잦았다는 것에서 간접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도입부터 호환성을 확보하기까지 두 달 이상 시행착오를 겪었다.
별도의 개통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조기에 호환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개통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은 또 3사가 각각 운용하고 있는 태블릿PC용 개통 프로그램에 iOS 사용자환경(UI)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판매원이 아이패드로 고객에게 휴대폰이나 요금제를 보여 주는 화면이 이통 3사 모두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만의 정체성 유지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애플은 별도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비용 일체를 이통 3사가 부담할 것도 요구했다. iOS 개통 시스템 구축에는 이통사별로 수십억원의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통 3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애플이 애플스토어 오픈 직후 직접 개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분기까지 서너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애플이 개통 시스템 요구 사항에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내용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산 구축 작업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내용과 관련해 애플코리아에 문의했지만 아무 답변도 받지 못했다.
유통망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 처리 방식 등 애플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까지 애플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속을 끓였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아이폰에 충성도 높은 고객이 상당하고 이통사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애플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