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을 맞은 김교흥 국회사무총장은 정부와 국회 모두 중소기업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지난 5년 동안 전체 고용증가분 89%를 기여했다고 부연했다. 일자리 창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일본이나 독일처럼 강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계층 간, 지역 간, 국가 간 빈부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국회를 넘어 범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출범한 국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총장은 20대 국회 들어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활동하다 지난달 1일 국회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다음은 김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국회 사무를 총괄하는 자리를 맡았다. 소회가 남다를 텐데.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인데도 입법부 사무처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됐다.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무엇보다 그동안 인천시민(김 총장은 인천에서 17대 국회의원, 정무부시장으로 활동했다)이 많은 힘과 지혜를 모아줬기 때문에 막중한 소임을 맡은 것이라 생각한다. 인천시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부터 국민에게 신뢰 받고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사무총장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 그것만이 인천과 인천시민에게 받은 은혜를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국회 사무총장의 역할 범위는 어디까지로 보는가.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둘 것인가.
▲국회는 헌법에 따라 3권 분립의 한 축이다.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으로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곳이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입법 활동과 예산 관련 업무, 의원외교 등 의정활동 전반을 지원하는 국회 사무처를 총괄하는 것이 국회 사무총장이다. 국회의원이 운동장에서 뛰는 국가대표 선수라면, 사무총장은 선수를 뒷받침하는 선수촌장과 같다.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민과 국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하다.
현재 국회는 '여소야대'다. 이런 정치적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을 통한 협치'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각 당대로 자신의 뜻만 관철하려 한다면 결국엔 구슬은 못 꿰고 실타래만 꼬일 것이다. 제대로 소통하고 협의를 이끌어내 협치를 이뤄내야 한다. 국민은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하고 현실적인 과제다.
소통은 만남에서, 마주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신뢰 받는 국회가 되기 위해 여야가 마음과 뜻은 다르더라도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국회 사무총장으로서 필요하다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중소기업연구원장을 역임했다(2002년 12월~2004년 2월). 기억에 남는 일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향후 정부, 국회의 중소기업육성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중소기업연구원장 때 중점을 뒀던 사업이 '중소기업 정책연구인력 확충'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인력과 자본 등에서 불리하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조사연구 및 지원정책 개발 싱크탱크'로서 중소기업에 실제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려운 곳을 찾기 전에 여기가 가렵다'라고 말해야 한다. 다행히 많은 분의 도움으로 중소기업연구원이 제 역할을 찾아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17대 국회에 입성해 산업자원통상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때도 창업과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발전은 '벤처정신'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에서도 '벤처기업특별위원장'과 '이노비즈(혁신기업)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대표의원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18대 대선 때는 중소기업특별위원장을 맡아 기존 '중소기업부'를 '중소벤처기업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 대선공약으로 채택됐다. 이번 정부에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설치됐으니 감회가 남다르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한다. 지난 5년 동안 전체 고용증가분의 89%를 기여했다. 일자리 창출의 중추역할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에게 정부와 국회가 귀 기울여야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선진국은 국회에 4차 산업혁명 준비를 위한 대응조직을 별도로 마련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진행 중이라 생각한다. 경제뿐 아니라 교육, 사회, 문화 등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 전방위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개인과 개별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국가 차원의 정책·제도 대응이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이 계층과 지역 간, 국가 간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개인과 기업, 정부 등 모든 주체를 망라한 국가적 대응전략이 요구된다.
얼마 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가동됐다. 이것이 단순히 '컨트롤타워 세우기'에 매몰되면 안 된다. 작년 다보스포럼에서 UBS가 '4차 산업혁명 준비수준 평가결과'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세계 25위였다. 현실은 더 낮다.
관계부처 관료의 기술 전문성도 확보해야 한다. 적법성, 효율성, 투명성 등 일반행정 소양으론 부족하다. 정부 내부에 기술의 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제도화하고 집행할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민관협력이 실질적으로 움직인다. 4차 산업혁명의 경쟁은 국가 최우선 과제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대세다. 총장께서 관심 있는 분야가 있으신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최근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했다. 스마트시티는 교통·에너지·안전·복지 등 신기술이 집적된 플랫폼 도시모델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저성장 추세인 글로벌 경제, 증가하는 도시 개발 수요를 바탕으로 세계가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년 예정된 개헌 3대 이슈 중 '지방분권'에 관심이 많다. '지방분권'은 '지방도시'가 발전해야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지방도시의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스마트교통과 에너지 효율성을 추구하는 스마트에너지와 스마트홈, 이밖에 치수와 행정, 안전과 의료까지. 스마트시티는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이자 운영체계다. 특히 인천과 부산처럼 공항, 항만, 사통팔달의 도로망, 경제자유구역이 있는 지방도시는 그림이 더 뚜렷해진다.
세계는 지금 '국가와 국가 간 경쟁' 에서 '도시와 도시 간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천과 도쿄, 인천과 상해, 인천과 파리 등 도시 간 경쟁이다. 대한민국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대한민국 도시 자생력과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스마트시티 발전 정책이 중요하다.
-행정 혁신 관점에서 국회가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정세균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여야 의원과 모두 함께 '신뢰 받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 계획이다. 가장 먼저 '신뢰받는 국회상'을 구현할 생각이다.
우선, '불체포 특권남용 방지' '친인척 보좌관 채용 제한' '묻지마 증인채택 방지' 등 국회특권 내려놓기에 지속적으로 힘쓰겠다. 입법활동과 예산업무, 의원외교 등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지원을 강화하겠다. 국회사무처 직원이 자긍심을 갖고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자기계발 기회를 늘리도록 하겠다.
예를 들어, 새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신북방 협력 연계 같은 외교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사무처의 국제회의 및 의원외교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위상도 격상시켜 국회 외교활동 시 방문국의 정치동향, 경제현황, 인적 자원 데이터, 협상 팀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할 요량이다.
이를 위해 사무처 국제국 내 '전략기획담당'을 신설할 방침이다. 관련분야 전문성을 갖춘 우수 인력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게 할 것이다. 국가 이익을 위해 질 높은 의정활동을 측면지원하겠다. 아울러, 국회사무처 속기사와 해설사, 인턴, 방호, 경호 등 소수직렬 직원을 위한 동기부여 대책도 마련하겠다.
-국민과의 대국회 소통 강화, 이미지 개선 등 차원에서 추진할 것은.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하기 위해 소통창구는 더 크게 만들고 문턱은 더 낮출 계획이다. 현재 국회는 '민원지원센터'와 '온라인 민원창구'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있다. 이 두 경로로 접수된 의견은 국회 사무처에서 검토한다. 검토된 의견은 각 상임위로 배분된다. 각 상임위는 전문 조사와 검토 등을 한다.
국민이 바라는 요구와 제안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 모이는 것은 중요하다. 국민과 소통하는 국회, 국민 의견을 소중히 여기는 국회가 되어 '국민입법'을 실현하는데 앞장서겠다. 국회 담장을 허물어 대국민 소통 이미지를 개선하자는 국회의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행정수도 개헌의 선결 과제로 국회 본원의 지방(세종시) 이전이 거론되고 있다. 국회 분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국회 이전, 어떻게 보는가.
▲국회는 지난 8월부터 '국회 세종시 분원 설치의 타당성 연구용역'을 했다. 국회 분원의 정치·사회·행정·경제 측면에서 국회분원 설치가 타당한지 살펴보고 있다. 연구용역을 통해 국회분원 설치에 대한 중앙부처 공무원 설문 조사, 국회 주요 인물 인터뷰, 경제적 타당성과 5당 대선후보의 관련 발언 내용,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위헌판결 해석 등을 종합 검토할 것이다.
다만 연구용역을 통해 국회분원 설치 타당성이 확보돼도 입지나 이전 규모 등 제반 사항을 더 검토해야 한다. 연구용역은 12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국회 본원 이전 관련해서는 2004년에 있었던 신행정수도법 위헌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고 알고 있다. 신중히 검토할 일이다.
정리=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