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시장조사 업체는 차기 중국 반도체 정책 자금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에 몰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은 2단계로 조성하는 '국가집적회로(IC)산업투자기금'을 반도체업체 인수합병(M&A)에 활용하려 했지만 군사 기밀 유출을 이유로 미국이 막아서자 반도체 설계가 주력인 팹리스 육성에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2단계 조성 기금은 1500억~2000억위안에 이르는 규모다. 이 가운데 20~25%가 팹리스 반도체 설계 분야에 투입된다. 20조원 이상이다.
중국 정부의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분야 투자는 10여 년 전부터 활발했다. 객관화된 수치로만 봐도 이미 한국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중국으로 팔린 국내 팹리스 업체도 적지 않다. 국내 팹리스 전문가조차 사업 기회를 찾아 중국을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서는 팹리스 반도체설계업체가 하루에 한 개씩 생겨난다고 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투자 대기 자금 및 정부 정책 자금이 워낙 많아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회사를 차릴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우리나라도 20년 가까이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반도체설계 산업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휴대폰 산업이 급성장하던 시절에는 국내 팹리스 산업도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현재 한국 팹리스 산업은 글로벌에서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유관 산업은 과거 휴대폰 산업 이상으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설계업계에는 기회 시장이다. 수요처 확대 가능성은 있지만 국내 업계의 시스템반도체 관심도는 예전 같지 않다. 국내 팹리스 업계 상당수는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며 실적이 악화, 고사 위기에 놓여 있는 형편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라도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