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3000억원 넘는 77개 대기업, 법인세율 25%로 오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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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소득(세전 이익)이 3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오른다.

높아진 법인세율을 적용받는 대상은 국내 77개 대기업이다. 세수 증대 효과는 2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당초 정부안보다는 법인세 인상 적용 대상 기업이 줄었지만 세계적 법인세 인하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4일 2018년 예산안을 처리하며 이런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지난 8월 연간 소득이 2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종전 22%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일자리 사업 등에 투입한다는 취지다.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대로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를 유지했다. 그러나 적용 대상을 연간 소득 '2000억원 초과'에서 '3000억원 초과'로 변경해 해당 기업 수가 줄었다. 정부안대로라면 높아진 법인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은 작년 말 기준 129개며, 연간 2조6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는 효과가 나타난다. 기준을 바꾸며 적용 대상 기업은 77개, 세수 증대 효과는 2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법인세 인상 대상 기업이 줄긴 했지만 법인세를 낮춰 기업을 지원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국에서는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낮추는 법안이 최근 상원을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약 사안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3.3%인 법인세율을 향후 5년간 25%까지 단계적으로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법인세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29.97%인 법인세율을 10%P 가까이 낮추는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이 여력이 있는 소수 대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8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여력이 다소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세 부담을 적정화했다”며 “확보한 재원으로 취약계층과 영세기업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홍성일 경제정책팀장은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자국기업 경쟁력 제고와 자국 내 기업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만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늘어난 세 부담으로 인해 다소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는 우리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우리 기업에 대한 경영환경 개선 조치도 뒤따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인세법 개정안과 함께 정부가 8월 제출한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소득세율 인상안은 그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연소득이 5억원을 초과하는 개인에게 적용하는 소득세율은 종전 40%에서 42%로 오른다. 연소득이 3억~5억원인 경우 소득세율은 38%에서 40%로 높아진다. 기재부는 약 9만3000명이 소득세율 인상 적용을 받아 연간 총 1조700억원 세수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