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일방적 결정, 韓정부 안일한 대응으로 '조세회피처' 불명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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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일방적 결정과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한국이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로 선정됐다는 지적이다.

6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EU가 우리나라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로 선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

EU는 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재정경제이사회를 열어 한국를 비롯해 사모아, 바레인, 마카오 등 총 17개 국가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로 선정했다. 기재부는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EU의 결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국제 합의에 위배되며, 조세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EU가 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로 선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 EU가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제도를 문제 삼으며 내년까지 개정 혹은 폐지를 하라고 요구했는데, 기재부가 이를 거부하자 일방적으로 우리나라를 블랙리스트 국가로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문제로 EU 방문길에 오른 기재부 담당 국장을 대신해 이날 기자간담회에 나선 안택순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우리가 EU에 레터(서한)를 보내 제도가 문제가 있다면 같이 토론해 개선점 찾아가보자 제안했는데 EU는 당장 내년 말까지 개정 또는 폐지를 약속하라고 했다”며 “국익 차원에서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실무 차원에서 EU와 서한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조율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 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EU가 평가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제도를 설명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절차적 적정성도 결여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도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에 대해 기재부는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다. 향후 대책과 관련해해서는 범부처 차원에서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 했다.

안 정책관은 “담당 국장이 EU로 가서 충분히 설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기재부는 EU가 OECD와 주요20개국(G20)의 BEPS 프로젝트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 국제 기준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EU가 지난 2월 OECD·G20의 유해조세제도 평가 결과를 수용하기로 확약했지만 상반된 결정을 내려 국제 합의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안 정책관은 “OECD서 BEPS 프로젝트 이행평가 관련 회원국이 모여 우리나라 제도는 유해제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EU도 OECD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도 별도로 명단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안 정책관은 또 “조세회피처라는 용어는 정확하지 않다”며 “비협조적 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이 공식 용어”라고 설명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