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설훈 국회 농해수위원장 "스마트팜으로 4차 산업혁명 대응"](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1296_20171207132610_811_0001.jpg)
설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부임 70일 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역내경제동반자포괄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중요한 흐름 앞에 섰다. 국내 농·축·수산업을 보호하고 식량 주권을 흔들림 없이 지켜 내야 하는 책임을 안았다.
설 위원장의 궁극 목표는 국내 농·축·수산업의 경쟁력 강화다. 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현장에 도입,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스마트팜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년 농부 등 농·축·수산업과 벤처 창업을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기 중에 농해수위원장직을 맡았다(설 위원장은 김영춘 전 위원장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옮기면서 지난 9월 뒤를 이었다).
▲농해수위는 농민의 권리를 지키고 농촌 경제를 살리고자 여야가 함께 힘을 합쳐 농·축·수산업 정책을 실행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농·어촌을 살리는데 여야가 이견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우리 농촌의 실정이 어렵다. 산업화와 개방화 논리 속에서 우리의 주된 먹을거리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농·어촌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농업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기술 정보를 원활히 공유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앞장서서 농·어촌 환경 개선, 농·어민 소득 증대, 쌀값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농·축·수산업도 ICT를 적용하는 스마트팜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스마트팜은 보통 1세대부터 3세대까지 3단계로 나뉜다. 그동안 추진된 1세대 스마트팜은 주로 스마트폰으로 시설하우스의 조명, 관수량, 개폐 정도를 조작하는 수준에 그쳤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2세대 스마트팜이 요구된다. IoT를 활용해 농업을 정밀하게 운영, 고품질 농산물을 안정 생산해야 한다. 줄어드는 노동력도 보완해야 한다. 2세대 스마트팜은 온실 내 각종 장치를 통해 인식되는 온·습도, 햇빛량 등 작물의 생육 환경을 빅데이터 기술로 자동 분석·제어하는 방식으로 재배 기술을 상향 평준화한다. 생산량과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단계다.
앞으로 우리 농·어촌은 3세대 스마트팜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야말로 스마트한 농업이 이뤄지는 단계다. 각종 센서를 통해 온실 내외부 환경을 측정하고, 작물의 생육 환경을 알아서 조절한다. 에너지 제어기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동시에 로봇 농작업기를 도입한 농작업 효율화를 도모한다.
스마트팜이 활성화되려면 유·무선 통신을 통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야 한다. 농업 현장에는 전력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시설 내부 환경 조절과 생육 관리 장치가 전기 신호에 따라 제어돼야 한다. 산골·오지에 있는 농장에 스마트팜 구현이 쉽지 않은 이유다.
스마트팜의 효과가 작물의 생산량 증대에만 국한되면 곤란하다. 실제 농업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농촌을 더 살기 좋은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청년이 농업 분야로 진출하고 농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최대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스마트팜 활성화를 위해 어떤 구상이 있는가.
▲농업은 세계 모든 나라가 하고 있지만 문화와 환경에 따라 농업 방식과 생산물이 다르다. 결국 나라별로 스마트팜의 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다. 차세대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2세대 스마트팜'은 결국 한국의 농업 여건에 맞는 스마트팜 모델이다.
중요한 것이 현장에서 스마트팜을 활용하는 농업인을 위해 표준화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2세대 스마트팜의 실현을 위해서는 스마트팜 표준화가 시급하다. 농가가 스마트팜 설비를 구축했다 하더라도 추가 장비를 사려면 처음 구매한 곳에서 살 수밖에 없다. 표준화가 안 돼 설비업체가 보유한 부품부터 데이터 축적·공유 방식이 다르다. 기기 추가는 물론 프로그램 호환도 어렵다.
스마트팜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더 쉽고 접근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 스마트팜 활용자가 고령이고 정보 습득 교육에 소외된 계층이라면 데이터 수집과 관리가 쉬워야 한다.
![[특별인터뷰]설훈 국회 농해수위원장 "스마트팜으로 4차 산업혁명 대응"](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1296_20171207132610_811_0002.jpg)
-청년 농부 등 농·수산업과 창업 벤처를 연계하는 사업도 활발하다. 지원 방안은.
▲첫 번째로 귀농·귀촌진흥법이나 특별법 등을 마련해 국회가 청년의 귀농·귀촌을 뒷받침하겠다. 우리 위원회는 내년도 예산 대부분을 추가 증액했다. 농식품부가 농해수위에 제출한 농업 예산안에 추가로 2조3320억5000만원을 증액했다. '농업 전문 인력 양성' 사업에는 66억9400만원을 증액했다. 예산안 증액으로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로는 귀농·귀촌하는 이들을 국가 지원으로 교육시키고 정착시키기 위해 귀농·귀촌 지원센터의 역할을 강화하고 적극 홍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젊은이 층이 농업에 관련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본 농업 교육과 정보를 공유하는 토대를 만들어 주면 소득이 오르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귀농·귀촌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귀농·귀촌 현장 체험 교육을 강화, 청소년의 농업 친밀도를 높이려 한다. 농업 인재 양성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겠다.
-한·미 FTA 개정 협상과 RECP, TPP 등 세계 여러 나라와의 굵직한 무역 협정이 다가온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은 농·어민은 물론 국가의 식량 주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부가 신경 써서 농·어민은 물론 국익 중심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미국이 쌀, 분유처럼 관세 장벽이 있는 농·축산물에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농·어업 분야의 대응 전략을 면밀하게 수립하고, FTA 피해 보전을 위한 지원책 확충도 필요하다. 국회와 농·어업 종사자 간 간담회나 토론회를 통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
더 큰 문제는 RECP나 TPP 등 다자간 무역 협정이다. 개방이 가속화됐다. 우리 농·축·수산업계의 위기감도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현재 52개국과 FTA를 맺었다. 전체 교역의 70%를 차지한다. 발효를 코앞에 두고 있는 중미 6개국(파나마,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과의 FTA와 협상 중인 RCEP(16개국)를 비롯해 에콰도르, 이스라엘, EAEU(유라시아경제연합)까지 포함하면 수년 내 우리나라와 교역이 있는 거의 모든 나라와 FTA가 체결된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6개국의 역내 무역 자유화를 위한 협정이다. 협상국 가운데 호주, 뉴질랜드 등 농산물 수출 강국이 포함됐다. RCEP는 개방 수준이 기존의 FTA보다 높다. RCEP 체결의 순효과와 역효과를 미리 준비해서 대비해야 한다.
우리 농·수산물의 경쟁력 및 홍보 강화, 수출 역량 지원 등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단기 대책으로는 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원을 모색하겠다.
장기 대책으로는 우리 농·수산업의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고품질·안전 농산물 생산 △농·수산업의 고부가 창출 △한국형 스마트팜 개발을 통한 농업의 혁신성·생산성 제고 △현장형 기술 개발 △식품 산업과 연계한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이 필요하다. 국회는 정부와 함께 우리 농·수산물의 수출 역량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
-쌀 가격 안정과 수급 문제가 장기화됐다. 정부도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 쌀 가격 안정과 수급 문제는 역대 정부가 풀지 못한 숙제다. 농업 분야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원 과제다.
쌀값 안정 측면에서 18년 전 가격인 15만원대를 회복했다. 쌀값 안정 지속을 위해 정부와 농업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쌀 생산을 줄이고 다양한 소비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 쌀 이외의 식량 작물을 늘리고 쌀 생산 편중을 줄여서 농가 전체 소득을 제고하는 전환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 쌀을 이용해 새로운 소비처를 발굴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쌀값을 안정시키고 차기 목표 가격 인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은 연간 30만톤에 이르는 술 원료를 자국산 쌀로 충당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술 원료로 소비되는 국산 쌀은 5만~10만톤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수입 쌀이다.
일본이 사료용 쌀 재배를 시작하면서 쌀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공급 과잉을 막고 쌀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사료용 쌀 재배 효과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분석해야 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로 농·축·수산업계가 많은 타격을 받았다. 개정 요구가 거세다. 국민은 김영란법을 호평하고 있다. 기본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실리와 명분을 얻을 수 있겠는가.
▲청탁금지법은 다수 국민이 긍정 평가하고 있다. 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에서 법 개정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5월에 작성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식품 분야의 영향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 분석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효과에 대해 국민들은 대체로 긍정 효과가 부정 효과에 비해 크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올해 설 명절 때의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이 전년 설 대비 25.8% 감소했다.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 청탁을 금지하려는 법이 오히려 농어민에게 어려움을 안긴 셈이다.
정부와 농·어업 관계자들이 서로 협의해서 개선해야 한다. 국민에게 실재 부담이 되는 경조사비는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줄이되 선물은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 특정 농·축산물은 예외로 적용하는 방안 등이다. 국회도 정부와 긴밀히 협조, 우리 농·축·수산업 농가 보호에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식량 안보라는 말이 있다. 먹을거리 문제는 국민 모두의 문제다. 국가가 적극 나서서 농·어민을 도울 수 있는 정책을 반영해야 한다. 여야가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소관 위원장으로서 맡겨진 소임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인간 생활의 가장 중요한 의식주 가운데 식에 해당하는 농업은 먹을거리는 물론 면직물, 견직물, 마 등과 같은 의복 재료도 생산한다. 비록 다른 산업에 비해 수익은 저조하지만 농업은 국가의 기틀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국민은 물론 농·축·수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의 삶의 조건이 향상될 수 있도록 농·축·수산업, 농·어촌 정책 문제 해법을 모색하겠다. 농·어민이 느끼는 위기감 해소에 위원장으로서 맡은 소임을 다하겠다.
정리=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설훈 위원장은…
설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독립유공자 설철수의 아들이다. 고려대 사학과를 늦깎이 졸업했다. 1975년 유신 반대 시위로 제적당했다. 2000년이 돼서야 졸업장을 받았다.
1977년 긴급조치 9호 위반과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돼 5년 동안 옥고를 치른 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설 위원장은 “정작 만나서 얼굴도 보지 못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 음모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주화추진협의회 상임운영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민주당 부대변인,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으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직계 정치 세력인 '동교동계'의 막내이자 영원한 김 전 대통령 '비서'이기도 했다. 내란 음모 조작 사건이 인연이었다. 그는 “감옥에서 출소한 뒤 동교동계에서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자연스럽게 김 전 대통령을 따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8년 평화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13대)에 처음 당선됐다. 이후 15~16대, 19~20대 등 5선 의원이다. 19대 국회에서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재선 의원이던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논란에 반대, 삭발과 단식 농성을 했다.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