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환경부 고위관료 절반 이상의 모발에서 기준치 이상의 수은 검출

각국 환경부 고위관료 절반 이상의 모발에서 기준치 이상의 수은 검출

수은에 의한 오염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위험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각 나라 환경부 고위직 인사 절반 이상의 모발에서는 건상 기준치 이상의 수은 농도가 검출됐다.

스웨덴에 본부를 둔 국제 보건환경단체 네트워크인 IPEN은 6일(현지시간) 각국 환경부 고위 관리 180명 모발 검사 결과를 밝혔다.

지난 9월 24~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선 유엔환경계획(UNEP) 주최로 미나마타협약 발효 후 첫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이 협약은 수은 및 수은 함유 제품 생산과 수출입을 막아 수은 중독 피해를 줄이려 2013년 유엔 차원에서 채택됐다. 한국을 포함한 128개 서명국가 중 50개국이 비준하면 90일 내에 발효되는 조항에 따라 지난 8월 16일부터 협약이 발효됐다.

이번 총회에는 75개국 환경부의 장·차관이나 실국장급 등 고위 관계자들이 대표단으로 참가했다.

IPEN은 당시 UNEP 등과 협력해 참가자들의 모발을 채취, 수은 잔류량을 검사했다. IPEN은 그 결과를 6일 발표하면서 “매우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수은은 각국 대표들 모두에서 검출됐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사람들에서 검출된 양이 미국 환경보호청(EPA) 건강 권고 기준치(1ppm)를 넘었다.

IPEN은 이 기준을 넘으면 뇌·심혈관 손상, 지능저하 등 각종 건강상 위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태아의 경우 0.58ppm 이상이면 신경손상이 시작될 수 있으며 어린이와 임신부는 수은의 악영향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중동부 유럽 국가 대표들만 기준치 이하(0.58ppm) 이하였고 서유럽 국가는 평균치가 1.04ppm으로 기준을 약간 넘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은 평균 2.2ppm이었다.

작은 섬나라들(SIDS)의 경우엔 평균 3ppm이 넘었다. 수은이 바다로 모이고, 해양 먹이사슬을 거치며 농축도가 높아지고 주민들의 어패류 섭취 비중이 높아서다.

개인별로는 미국과 서유럽, 일본과 호주를 비롯한 이른바 선진국 대표들에서도 매우 높은 수치가 나온 사례가 많았다.

IPEN은 “이들은 수은의 독성과 노출에 따른 위험을 잘 아는 집단이지만, 수은 오염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없었다”며 그만큼 수은 오염이 만연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이번주 제3차 유엔환경총회가 열리고 있다. UNEP과 IPEN 등은 이 회의 참석자들의 모발을 채취해 납 성분을 검사한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