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는 7일 보건의료부문 연구비 지원 수혜 대상에서 배제된 여성 연구자들이 동료 남성의 이름을 빌려 연구비 지원 신청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의료 연구를 지원하는 정부 산하기관인 국립건강의료연구협의회(NHMRC)가 지난 15년간 제공한 영예의 '프로그램 보조'(program grants) 사업 수혜자 중 남성주도 팀이 89%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올해도 8건의 프로그램 보조 사업 수혜자가 모두 남성주도의 팀에게 돌아갔다.
시드니공대(UTS) 뎁 버호벤 교수는 여성 연구자들이 남성동료 이름으로 지원을 신청하는 데 대해 “드물게 이용되는 전략이 아니다. 연구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주요 연구비 지원을 남성이 사실상 독차지하고 그 이후의 후속 연구나 지원도 결국 주로 남성 팀에게 돌아가면서 여성 연구자는 연구 경력을 쌓지 못하고 승진에서도 배제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신문을 지적했다.
NHMRC의 앤 켈소 회장은 “우리의 여러 사업에 대한 지원자 중 남성과 여성의 채택 비율은 오랜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성별 불평등은 NHMRC 연구 지원의 큰 몫을 차지하는 올해 '프로젝트 보조'(project grants)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올해 여성주도 팀은 수혜율이 15.3%다. 남성주도 팀은 17.1%였다.
NHMRC는 34개 여성주도 팀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프로젝트 보조 수혜 대상자는 남성주도 팀이 364개, 여성주도 팀은 절반 수준인 186개에 그쳤다.
버호벤 교수는 “연장자로 갈수록 여성은 더 줄고, 사람들은 고위직이라면 여성보다는 남성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구비 지원 배제가 여성이 위로 올라가는 데 교묘한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버호벤 교수는 정부의 영화산업 지원과 관련해서도 프로듀서나 감독, 작가 등 창의적인 역할에 참가한 여성 비율은 균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