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23년 알렉산더 대왕은 죽음을 맞는다. 많은 영웅이 그랬듯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평생 병을 모르고 살았다. 마치 삶의 목적을 다한 듯 벗어날 수 없었다. 젊은 제국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
후계자도 정하지 않았다. 장군들은 제국을 분할해서 다스리기로 한다. 이들은 알렉산더 계승자란 의미로 스스로를 디아도코이라 불렀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집트, 안티고노스는 소아시아, 셀레우코스는 바빌로니아를 각각 관할했다. 야심만만한 이들 사이에 전쟁은 피할 수 없었다.
기원전 301년 입소스 전투에서 안티고노스가 죽자 동방의 패권은 남은 두 디아도코이에게 넘어간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영유권을 두고 다시 다투게 된다. 파니아스(현재 바니아스) 전투에서 셀레우코스 왕국이 승리하고 디아도코이의 다툼은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로마가 그리스를 넘어 소아시아로 진격한다. 에게 해에 면한 마그네시아에서 셀레우코스는 대패한다. 팍스 로마나는 이렇게 시작된다.
CNBC는 매년 50대 와해성 기업을 발표한다. 이른바 디스럽터(Disruptor)라 불리는 것들이다. 기존 시장을 따라 하는 대신 뛰어넘는 방식을 제안한 이들이다. 2014년 CNBC는 스페이스X, 와비 파커, 엣시, 모티브, 팔란티어, 깃허브, 아에리오, 모데르나, 스포티파이, 우버를 첫손에 꼽았다.
올해 순위는 사뭇 다르다. 에어비앤비, 리프트, 위워크, 그랩, 업테이크 테크날리지즈, 하우즈, 징코 바이오웍스, 사이랜스, 유다시티,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앞줄에 섰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신생 기업들이다. 2014년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2017년에도 이름을 남긴 것은 하나도 없다. 2014년 '여행객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불리며 41위로 꼽힌 에어비앤비는 310억달러 가치의 기업이 됐다. 반면에 우버를 제외한 나머지 9개사는 50위 명단에서 사라졌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업이 디스럽터에 이름을 올린다.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고 경쟁하는 이들이다. 영속하기 어렵지만 생동감만은 따를 자가 없다. 현대의 디아도코이들로부터 배울 것은 없을까.
'와해성 법칙' 저자인 래리 다운스 엑센추어 컨설턴트와 맥스웰 웨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와해성 전략에 주목해 보자고 말한다. 첫째는 경쟁 전략이다. 우리는 세 가지 기본 전략 가운데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고 배웠다.
가격 경쟁력이 첫 번째다. 이것만 있어도 대개 경쟁의 8할은 해소된다. 새로운 혁신 제품도 좋다.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 브랜드도 한 방법이다. 와해성 기업들은 그렇지 않았다. 혁신 방식으로 더 낮은 가격에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었다.
두 번째 자산은 잠시 잊어라. 예전의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벤츠는 생산 시설과 유통망에 의존했다. 그러나 우버나 에어비앤비를 보라. 이들에게 자산이란 필수 조건이 아니다.
세 번째는 신제품 전략이다. 예전에는 작은 시장을 보라고 했다. 얼리 어답터는 이상형의 고객이었다. 이들을 통해 주류 시장으로 옮겨 갔다. 와해성 제품은 달랐다. 특별히 시장을 나누지 않는다. 모든 사용자를 타깃으로 했고, 빠르게 생산 규모를 키웠다.
네 번째 혁신 방식이다. 와해성 혁신 방법의 전형은 저가 시장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정작 새로운 와해성 기업들은 그렇지 않았다. 가격은 저렴했지만 기능에 부족함이 없었다.
에어비앤비의 시작은 'airbedandbreakfast.com'이었다. 가만 들여다보면 두 단어가 보인다. 공기침대(airbed)와 아침식사(breakfast)다. 실상 공기를 넣은 간이침대 3개와 아침 대신 준비한 팝타트(Pop-Tart)로 시작됐다.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방식의 표본이다. 거창한 생산 시설도, 뭔가 번쩍하는 기술도, 탐닉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2007년 10월 두 청년이 시작한 이것은 지금 가장 가치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배울 것은 없을까. 정작 두 저자가 말하는 것도 이들의 행동 양식을 배우고 적용해 보라는 것이다. 다운스는 이것을 빅뱅 방식에서 배우는 지혜라고 말한다. 이제 한번 이들 현대의 디아도코이들이 들려주는 얘기에 귀 기울여 보자.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