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 중국 화웨이가 미국 시장에 진입한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미국 스마트폰 시장 3강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리처드 위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1월 미국에서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한다. 화웨이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첫 파트너는 이동통신 점유율 2위 AT&T가 유력하다. 내년 1분기에 화웨이 스마트폰이 정식 유통된다. 화웨이는 1위 이통사 버라이즌과도 파트너십 계약을 전제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미국 이통사와 협력,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건 처음이다. 이에 앞서 화웨이는 베스트바이, 아마존 등 온·오프라인 유통점을 통해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화웨이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첫 제품으로는 메이트10이 유력하다. 화웨이는 AT&T가 요구하는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기준과 통신 표준을 준수하기 위해 각종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미국 이통사와 손잡고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2010년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을 선보인 이후 8년 만이다. 세계 주요 시장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이 정식 유통되지 않은 곳으로는 미국이 유일했다.
화웨이는 그동안 미국 시장 진출을 다각도로 타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보안·특허 문제로 ZTE, TCL알카텔 이외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던 미국이 화웨이의 진입을 허용한 건 이례다. 이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스마트폰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이통사와 점유율 확대를 위해 미국 시장 진출을 절실히 원하던 화웨이의 이해관계가 부합한 결과로 해석된다.
화웨이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입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시키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앞서 레이쥔 샤오미 CEO는 이달 초 하와이에서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 준비 단계에 있다”고 밝혀 미국 시장 진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만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는 오포가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화웨이가 미국에 진입한다는 것은 정체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하이엔드 시장에서의 기술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는 것”이라면서 “선진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화웨이 관계자는 “미국 시장 진출은 본사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