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서비스 상용화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불붙었다.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은 5G '세계 최초'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상용화 로드맵을 확정했다.
글로벌 주요 국가가 5G 세계 최초 상용화 경쟁에 뛰어든 것은 자존심 때문만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5G의 주도권을 선제 확보,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지속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국·미국, 1~2년 이내 상용화
글로벌 주요국은 올해 5G 상용화 로드맵과 주파수 대역을 확정했다.
국가 차원에서 세계 최초 5G를 공식 슬로건으로 내건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 3월을 5G 상용화 시점으로 제시했다. 이에 앞서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범 서비스한다. 정부가 지정한 3.5㎓와 28㎓ 대역 주파수 경매는 내년 6월 실시를 일정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국가 어젠다로 확정, 로드맵을 마련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중소기업 등 민간 이통사업자가 5G포럼을 결성해서 정부 정책에 동참하고 호흡을 맞추는 방식이 특징이다.
미국은 민간 사업자 중심으로 상용화 일정을 제시했다.
버라이즌은 내년 2분기에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애틀랜타, 마이애미 등 5개 도시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AT&T는 텍사스 오스틴 시범 서비스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말~2019년 초 상용화 계획을 밝혔다.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각각 2020년과 2019년을 상용화 시점으로 확정했다.
다만 버라이즌 등 미국 사업자는 5G를 스마트폰과 통신하는 것이 아니라 유선망을 대체하기 위한 고정형 인프라 형태로 우선 상용화한다. 진정한 의미의 상용화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보다 앞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7월 5G 주파수를 600㎒, 3.7~4.2㎒, 27.5~28.35㎒ 등 세계 최초로 확정했다. 주파수 공급·허가 시기가 민간 사업자의 5G 상용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일본, 2020년 상용화
중국과 일본은 정부 주도로 체계를 갖춰 움직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국은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를 통해 5G를 핵심 국가 경제 의제로 정했다. 상용화 시점은 2020년이며, 베이징 동계올림픽(2022년) 이전으로 정했다.
국영 기업인 중국 이통사는 정부 정책에 맞춰 방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 유니콤 3사는 앞으로 7년 동안 1800억달러를 5G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3.3~3.6㎓, 4.8~5㎓로 확정했다. 24.75~27.5㎓, 37.5~42.5㎓는 시범 주파수로 지정했다.
일본 총무성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상용화 시점으로 제시했다.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는 2023년까지 전국 5G망 구축을 목표로 46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총무성은 3.6~4.2㎓, 4.4~4.9㎓, 27.5~29.5㎓ 대역을 5G주파수로 공급할 예정이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상용화 일정이 늦어 보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두 나라는 주파수 경매를 하지 않고 심사 할당 방식으로 주파수를 공급하는 대표 국가다. 정부 의지에 따라 5G 주파수 조기 공급과 이통사 상용화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EU는 2020년까지 회원국 주요 도시에서 5G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등 일부 국가에서는 3.4~3.8㎓와 26㎓ 대역을 활용해 조기 상용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EU는 700㎒, 3.4~3.8㎓, 5.9~6.4㎓(비면허), 24.5~27.5㎓ 대역을 5G 주파수로 확정했다.
◇5G는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정한 5G 상용화 시점인 2020년보다 앞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ITU는 2019년 주파수 확정, 2020년 기술 표준 확정 등을 계획할 방침이다. 국제 민간표준화기구 3GPP는 2018년 6월 5G 1단계 표준을 완성하고 2019년 말까지 2단계 표준을 완성할 계획이다.
글로벌 국가들이 표준화 시점보다 앞서서 5G를 상용화하겠다며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5G의 경제·사회 가치가 높다는 방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사물과 서비스가 네트워크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는 '하이퍼-커넥티비티'가 핵심 가치로 떠올랐다. 5G 네트워크는 자체 경제 가치는 물론 산업 전반을 혁신할 인프라다.
과기정통부는 2026년 글로벌 5G 시장의 규모가 1조1588억달러(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네트워크 장비, 칩셋 등 핵심 기술 확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두고 글로벌 국가 간 자존심 싸움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5G 상용화 범위와 고대역·저대역 사용 주파수 등을 두고 논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득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5G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초석 마련의 핵심 인프라로서 네트워크 구축이 국가 경제 미래를 좌우하는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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