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어쩌면 미래에도 주먹구구식 요구사항과 빈번한 요구 사항 변경 환경 속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으로 우려된다. 프로젝트 예산이 깎이는 데다 개발 기간마저 짧은 환경이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AI)만이 온 세상의 일을 다 할 것 같이 얘기하고 있다. 알파고 SW 품질에 대해선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SW품질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와츠 험프리(Watts Humphrey)는 'SW 제품의 품질은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프로세스의 품질에 의해 결정 된다'고 강조한다.
지난 2009년 개발한 SP 품질 인증은 SW사업 부실 방지 목적으로 기업의 개발 프로세스 역량 수준을 평가하는 제도다. SP는 한국형 CMMI로도 볼 수 있다. 17개 평가 항목과 76개 세부평가 항목을 기반으로 2등급과 3등급으로 구분한다. 2등급은 프로젝트 관리 영역, 개발 영역, 지원 영역 등을 평가하고 3등급은 프로세스 개선 영역, 조직 영역 등을 평가한다.
최근 SP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코난테크놀로지는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확립, 품질 수준을 고도화했다. 아남전자는 SW 시각화 기반의 테스트 자동화와 지속적 통합 환경 등을 구축, SW 품질 역량을 한 단계 높였다.
육군 정보체계관리단도 국방SW 체계 선진화를 위해 가시화 기반의 SW 프로세스를 구축, SP 인증 2등급을 획득했고 이는 국방 SW 품질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특히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저조한 SP인증 제도의 활용률과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SP인증 확산을 강조한 바 있다.
한중 SW 포럼에서도 중국은 우리나라의 SP 인증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중국은 자국 내 기업을 위한 SW 프로세스 SJ/T 11235 모델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SW 가시화기반의 프로세스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심지어 중국은 한·중이 협력 체계를 구축, '상호 인증' 방식까지도 제의했다. 이는 중국도 열악한 우리나라 SW 개발 환경과 마찬가지로 자국 SW 산업의 품질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한민국 SW 산업 환경에서 볼 때 현재까지는 SP 품질 인증이 중소기업의 SW 품질 향상을 이끌어 왔지만, 사실상 중소기업들 자체 개발 프로세스 구축은 미비한 상태다. 내재화도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개발자가 아닌 관리자가 SP 인증 획득을 주도하는 지금과 같은 중소기업 조직 문화에선 SP 인증을 획득해도 개발자들은 SW 품질 프로세스를 계속 높이는 노력이 또 하나의 고민거리로만 여긴다는 것이다.
현재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국내 민간 영역에서 SW공학 기술 지원 및 검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큰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AI, 클라우드, IoT 등 기술 부문의 SW 품질에 대한 신뢰성이 더욱 요구 될 것이다. 이런 위기를 대비하려면 더욱 적극적으로 고품질을 위한 SP 지원과 확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가 SP 인증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이슈는 인증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프로젝트 개발 시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통합 개발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내재화가 필수적이다. 이런 환경에서만이 요구사항 추적성이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SW가 글로벌화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한 개발자들에게도 요구사항 분석을 위한 충분한 개발 시간을 줘야만 가능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유연하고 민첩한 통합체계 환경 구축과 공학기술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영철 홍익대 교수(컴퓨터정보통신) bob@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