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은 선진국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올라 서 있다. 전방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장비재료부품 산업도 짧은 기간에 놀라운 발전을 이뤄 냈다. 유관 산·학·연·관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장비재료부품 국산화 프로젝트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전방산업계는 장비재료 국산화로 생산 원가 절감 효과도 거뒀다.
1%의 아쉬움이 있다. 매출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의 기업이 탄생했다. 그러나 한국 장비재료부품 산업은 여전히 '추격자' 위치에 머물러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약 10년 동안 장비재료부품의 국산화는 업계 주요 이슈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관심에서 멀어졌다. 단기간 성과가 가능한 품목은 거의 국산화가 실현됐고, 최첨단 기술 리딩과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도전하는 장비재료부품 기업은 한두 기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ASML이나 어플라이드 같은 기업은 매년 매출액 15~20%를 연구개발(R&D)에 쓴다. 일본의 업계도 비슷하다. 그러나 국내 극소수 기업을 빼고는 대부분 기업이 5%선에 머물러 있다. 기술 주도 기업으로의 변신에 도전하기보다 선도 기업의 기술을 따라하며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선에 만족하는 것이다. 국내 장비재료부품업계는 살 만한 환경은 마련했지만 이대로 머물러 있으면 도태하고 만다.
카피형 국산화가 아니라 선도형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을 육성해야 산업 생태계와 경쟁력을 기를 수 있다. 대기업 소자·패널업체와 당당하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 단순한 하청업체가 아니라 진정한 협력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모든 기업에 골고루 R&D 예산을 쪼개 나눠 주는 정책이 아니라 자체 R&D 비중이 높은 기업에 힘을 보태 주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