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크게 보면서 중국의 동아시아 통제력 약화를 우려했다.

중국의 한반도 관련 최고 전문가 100여 명이 16일 베이징에서 인민일보 국제보도 자매지 환구시보가 주최한 연례세미나에 모여 한반도 정세, 미·중 관계 전망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지금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아진 시기”라고 말했다. 왕훙광(王洪光) 예비역 중장은 “지금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언제라도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에서 전쟁 불가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스 교수는 “북한은 시한폭탄”이라며 “중국은 언젠가 뇌관을 제거할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단지 전쟁을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위협의 악순환에 갇혀 있다”며 “중국이 이를 뒤집고 바꾸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기껏해야 중국은 전면전을 지연시키는 역할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현 상황의 연착륙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뒤 “전쟁 가능성이 어떻든 간에 중국은 심리적으로, 실질적으로 재앙적인 핵 분쟁, 방사성 낙진, 핵폭발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뤼차오(呂超) 랴오닝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미국이 어떤 방식의 전쟁이든 필승, 또는 속승(速勝)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고 수조 달러의 전비를 투입할 의향도 없다는 점을 들어 전쟁 가능성을 다소 낮춰 봤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