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44>연말연시 해킹과 인터넷사기 주의보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44>연말연시 해킹과 인터넷사기 주의보

“아가야, 연말에는 인터넷 사기를 조심해야 한다.” 수염이 허연 100세 할아버지가 허리 구부정한 80세 아들에게 전화한다. 할머니를 유괴했다는 '뻥전화'에 속아 수백만원을 갈취 당했다는 이웃집 이야기 때문이다. 연말에는 개인 정보 유출에 의한 인터넷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 동창이라며 걸려온 전화에 속아서 산 가짜 건강식품도 후원금을 권유한 가짜 문중의 뻥전화도 모두 해킹으로 빠져나간 개인 정보를 악용한 것이라 한다. 이미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주민번호가 인터넷상에서 거래된다니 심각한 일이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44>연말연시 해킹과 인터넷사기 주의보

DMC미디어 발표에 따르면 연말연시 선물비용이 1인당 2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연말 파티비용까지 합치면 꽤 큰돈이 필요할 거다. 예전에는 연말연시 비용 마련을 위해 청소년 강도와 도둑이 증가한다는 보도가 신문을 장식하고, 밤거리를 조심하라는 방송이 캐럴과 함께 들려오기 다반사였다. 시대가 변해서 연말 범죄가 이제는 인터넷 범죄로 진화했다. 인터넷 연하장에 악성코드가 숨겨져 배달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넘나드는 해커들이 사이버 세상을 어지럽힌다. 더욱이 올해에는 세계를 뜨겁게 달군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거래소 해킹까지 가세,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이버수사대의 연락을 받고 해킹당한 사실을, 심지어 경제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악성코드는 사용자 모르게 정보를 유출하고, 불법 계좌 이체나 상품 거래로 피해를 주기도 한다. 사용자 스스로가 주의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피해자가 되는 이유다. 해킹에 의한 2차 공격도 만만치 않다. 유출된 정보를 악용해서 친구 행세를 하고, 노출된 사생활을 이용해서 협박을 한다. 정보 보호 전공 교수에게 가짜 학회 메일을 보내 악성코드 해킹을 시도할 정도면 온 국민이 해킹과 사기 대상인 것은 자명하다. 사이버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려면 모든 인터넷 소통을 한 번쯤은 의심해 봐야 한다. 100% 신뢰가 기반이 되지 않는 한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만이 결국 안전한 인터넷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44>연말연시 해킹과 인터넷사기 주의보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을 열 때, 인터넷에서 무료 경품을 빌미로 개인 정보를 요구할 때, 누군가 비밀번호를 물어올 때 조심해야 한다. 엄청나게 싸게 파는 책이나 여행, 콘서트 티켓에도 주의를 요하는 대상이다. 공인인증서와 개인 비밀번호 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작은 해킹 피해라도 한국인터넷진흥원(118)에 신고하는 것이 후속 피해 예방 방법이다. 결국 인터넷 보안은 개인과 사회의 공조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배운 것은 다행한 일이다.


2013년까지 연말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단을 인터넷진흥원에서 발동한 '연말연시 해킹 주의보'가 차지하고 있었다. 해킹이 빈번하기도 했지만 국민을 걱정하는 정부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지나치게 잠잠하다. 해킹 사건이 증가하고 300만명 이상이 거래하는 가상화폐 거래소까지 해킹 당하는 마당에 조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고가 난 후 조사하고 실무자들을 벌 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해킹주의보를 발령하고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사고 후에 우왕좌왕하는 정부를 보려고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은 않는다. 세금 납부율을 자랑하기 이전에 연말연시 국가 사이버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인터넷 피해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연말을 보내면 2018년 무술년이 덤으로 온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44>연말연시 해킹과 인터넷사기 주의보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