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그들은 한국에 무엇인가]<6>정보공개 압박…'깜깜이' 행태 줄어들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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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다국적기업은 내년 1월 2일까지 통합보고서를 꼭 제출하세요!”

국세청은 다국적기업 조세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5년 도입한 '통합보고서 제출 제도'를 올해 처음 시행한다. 통합보고서는 △개별기업보고서 △통합기업보고서 △국가별보고서로 구분된다. 일정 금액(매출 1000억원 이상) 기준을 넘긴 다국적 기업은 설립 근거지가 한국이든 해외든 관계없이 통합보고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유한회사 등 상법상 회사 형태도 상관없이 모두 신고 의무가 있다. 통합보고서에는 재무 현황과 자산 보유, 거래 내역 등 기업 핵심 정보가 담긴다.

통합보고서 제출제도가 본격화하면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깜깜이' 전략으로 기업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유한회사도 재무 현황을 밝혀야 한다. 글로벌 기업 정보 공개 '사각지대'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국세청은 해당 보고서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 활용할 수 있다. 국세기본법상 비밀유지 규정에 따라 과세 당국이 아니면 관련 정보를 열람할 수 없다.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지만 일부 기업은 벌금을 내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공산도 크다.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보고서 건당 1000만원, 최대 3000만원 과태료를 내야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천억원씩 벌어들이는 글로벌 기업은 1000만원 벌금을 내더라도 정보 공개를 하지 않은 게 유리할 수 있다”면서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높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과태료를 올리는 것 외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기업 명단을 공개하는 것도 소비자 여론을 통해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국세청이 매년 고액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통합보고서 제출 제도 외 글로벌 기업의 정보 미공개 행태를 규제할 다양한 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우선 '주식회사 등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이 내년 시행된다. 일정 규모 이상 유한회사도 외부 감사 대상으로 포함시켜 글로벌 기업의 주요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정보 공개를 요청할 수 있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오세정 의원(국민의당)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도 경쟁 상황을 평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부가 통신시장에서 활동하는 네이버 등 포털뿐만 아니라 구글코리아 등 글로벌 기업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특별취재팀=안호천차장(팀장),유선일·최호·권동준·정용철·오대석·최재필·이영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