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지진해일)가 밀려오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기업, 개인, 정부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지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기업은 새로운 트렌드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지 않을까를 걱정한다. 정부도 국가 경쟁력 저하를 염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대만큼 염려와 두려움도 크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세 가지 인프라는 고성능 컴퓨터와 양질의 데이터, 이를 활용해서 기술을 개발하고 운영할 고급 인력이다.
이들 인프라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인력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이를 극복할 소프트웨어(SW) 분야의 인력 양성은 절실하다. SW 인력 양성 정책 개발자에게 세 가지 당부를 드린다.
첫째 보이기 식 마구잡이 대량 양산 체제 교육은 곤란하다. SW 인재가 부족한 것도 위기이지만 제대로 된 인력 부족이 더 큰 문제다. 우수한 인재가 SW 분야를 선택해서 정예 교육을 받고 깊은 실력을 갖춰야 신기술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다.
![[ET단상]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려면 긴 호흡의 SW 교육이 필요하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712/1022459_20171220131247_449_0002.jpg)
과거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투자 붐이 한창일 때가 생각난다. 학원가에서는 몇 달 만에 속성으로 웹이나 시스템통합(SI) 분야 스킬을 기계처럼 가르쳐서 IT 노동자 옷을 입힌 뒤 인력 시장에 배출했다. 이렇게 대량 공급된 인력의 질은 하향 평준화됐고, IT 기술자가 마치 저임금 노동자처럼 인식돼 IT가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 업종으로 전락했다. 급한 마음에 대량 생산 체제로 가는 순간 SW 인력의 질이 떨어지면서 우수 인력이 SW 분야로 오지 않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정부는 그런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SW중심대학 사업은 고급 인력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올바른 SW 인재 양성을 위해 중·고등학교에서 바른 수학 교육과 논리학 교육이 코딩 교육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 코딩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친숙해지기 위한 수단이지 SW 개발 능력의 본질은 논리학, 수학 등을 통해 길러지는 컴퓨팅 사고 능력이다. 수학 교육 배경의 전통이 강한 동유럽권, 러시아, 인도 등에서 최근 탁월한 프로그래머와 고급 SW 인력이 많이 배출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논리와 절차에 따라 생각하게 하는 수학, 자신의 생각을 기호로 표현하고 타인의 생각을 수학식으로 보면서 이해하는 소통 개념의 수학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실수 없이 풀 수 있는 능력을 수학에서 강요하고 있지만 이는 컴퓨터에 필요한 수학 능력 측면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하는 수학 교육이 코딩 교육과 함께 강조되는 교육이 절실하다.
셋째 교육과 인재 양성은 장기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 적어도 대학 신입생이 입학에서 졸업하고 기업 취업 후 2년 정도는 지켜봐야 특정 프로그램의 교육 효과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단기 효과만 요구하면 기형 운영이 되거나 과장된 보고를 조장, 사회 전체로 볼 때 좋은 인재 양성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SW중심대학 사업을 4년+2년으로 기획한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관점과 과감한 시도로 시작된 각 대학의 SW중심대학 사업 프로그램이 6년 이상 지속 시행돼야 사회 기여와 인재 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열매를 맛볼 수 있다.
이강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한동대 SW중심대학사업 단장) yk@handong.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