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백화점...내년 출점 '제로'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백화점 본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국내 유통업계가 신규 출점에 제동이 걸렸다. 쇼핑 트렌드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한데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규제 법안도 부담이 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 백화점 빅3는 올해에 이어 내년과 내후년에도 신규 출점 계획이 없다. 이들 업체가 3년 연속 새 점포를 열지 않는 것은 처음이다.

백화점 업계 1위 롯데는 2015년 마산점을 오픈한 이후 출점 계획이 전무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었으나 지역 상인들의 반발과 서울시와 소송 문제로 4년 넘게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신세계를 개점한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 부천점 계획도 지역사회 간 이견으로 결국 백지화됐다. 울산 혁신도시에 출점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지체되고 오픈 시기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은 2020년 완공될 여의도 파크원 쇼핑몰 입점이 예고돼 있지만 다른 출점 계획은 없다. 빅3 외 갤러리아백화점만이 2019년 수원 광교에 오픈할 예정이다.

통상 백화점 건립 인허가 신청부터 입점까지 4∼5년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오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외 당분간 신규 출점은 이뤄지지 않는다.

찬바람 부는 백화점...내년 출점 '제로'

이는 백화점 업계 매출 신장률이 꺾인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통계청 및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2011년 11.4%를 보인 백화점 업계는 2012년 5.4%, 2013년 2.6%로 줄었으며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1.6%, -0.4%로 역신장했다.

지난해 3.3% 신장으로 반등에 성공했으나 올해 상반기 -1.2% 역신장 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쇼핑채널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백화점 업계의 매출 타격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 사정도 비슷하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추가 출점 계획은 없고 롯데마트의 경우 경기 양평점과 포항 두호점 등의 출점이 예정됐지만 지역 상인 반발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는 지난 9월 정부 규제 등으로 내년 신규출점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마트는 신규 출점 대신 부진점포 구조조정에 나서며 점포수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오른쪽), 메사빌딩(왼쪽)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오른쪽), 메사빌딩(왼쪽)

출점을 포기하거나 제한된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강화와 함께 복합쇼핑몰·아울렛 형태의 대형매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올해 롯데는 아울렛 고양점을 오픈했으며 내년에는 군산점과 프리미엄 아울렛 용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을 개장했으며 2019년 대전·남양주·동탄에 아울렛 출점이 예정돼있다. 신세계는 올해 9월 스타필드 고양을 오픈한 데 이어 청라와 창원에 스타필드 출점을 준비하고 있다.

초대형 쇼핑시설로 가족단위 고객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지만 내년도 유통업계 전망은 밝지 않다. 백화점 업체들이 성장 동력으로 지목한 아울렛과 복합쇼핑몰의 성장을 막는 각종 규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장 제한, 출점 시 기존 상권과 협의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유통규제 법안 30여개를 통합한 '복합쇼핑몰 패키지 규제 법안'이 발의 돼 있다. 주말 방문객이 평일의 60% 이상을 웃도는 복합쇼핑몰의 경우 의무휴업은 치명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상품권법' 시행 또한 백화점 성장세를 꺾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내년 시행을 목표로 진행 중인 '상품권법'이 통과되면 백화점 업체들의 낙전수입은 약 180~360억원 규모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성장이 제자리걸음 하며 신규출점도 사실상 멈췄다”며 “출점으로 대규모 신규 채용을 해왔던 유통업체들의 채용이 축소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