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차단하기 위해 기술유용행위에 한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한다. 피해를 본 하도급 업체가 직접 고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더불어민주당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정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공정위가 내용을 담아 다음 주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당정은 공정위의 고유 권한인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원청업체의 기술 탈취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당정협의 이후 “기술탈취와 관련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당정은 '표준 하도급계약서'의 확산도 유도한다. 1·2차 협력사 간 표준 계약서의 사용 정도를 대기업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가점요소로 추가한다. 매년 10개 내외 업종을 선정해 표준 계약서를 현실에 맞게 신규 제·개정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하도급 거래에서 불공정 거래가 근절되지 않는 근본 원인은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에 있다”면서 공정위가 마련한 불균형 완화 방안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거래조건 협상부터 계약 이행에 이르는 거래 전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힘을 보강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대·중소기업 간 전속거래 완화, 중소기업의 협상력 강화, 계약 이행 과정에서의 중소기업 지위 제고 등을 제시했다.
이어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 모델을 확산해야 한다”면서 “대기업이 스스로 불공정 행위를 자제하고 1차 협력업체, 2차 협력사 거래조건까지 개선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불공정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직권조사 등 법 집행 방안과 피해를 신속하고 충분히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당정협의 후 브리핑을 통해 “하도급업체에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자율적 상생협력모델' 확산을 추진해 대기업의 거래상대방인 1차 협력사를 넘어 2차 이하 협력사의 거래조건도 개선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제도보완과 상생문화 확산 노력에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공정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반복적 법위반사업자에 대한 신고사건은 분쟁조정을 의뢰하지 않고 공정위의 직접처리를 의무화한다”고 덧붙였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하도급에서의 불공정 행태를 바로잡는 게 공정거래 실현의 길이자 사람중심 지속경제의 첫 걸음”이라며 “하도급 중소기업이 다시는 불공정·불평등에 쓰러지지 않도록 확고한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당정협의에는 민주당 우 원내대표와 홍 의원을 비롯해 김태년 정책위의장,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이학영 정무위 간사, 박찬대·제윤경 의원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신동권 공정위 사무처장,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이 참석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