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코리아의 반쪽 '사과'…진정성은 산으로

'사용자경험 떨어뜨린 적 없다'면서도 '성능저하 경험할 수도' 모순된 주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애플코리아가 최근 논란이 된 아이폰 성능 저하와 관련, 국내 아이폰 이용자에게 사과하고 보상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애플코리아가 발표한 내용에서는 '사과'를 하는 의도나 '진정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애플코리아는 29일 공식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애플에 적잖이 실망감을 느낀 고객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애플이 2009년 KT를 통해 처음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기기결함, 사후서비스(AS) 관리 등 수많은 문제가 불거졌지만 국내 소비자에게 '사과한다'고 공식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상책도 내놨다. 애플코리아는 아이폰6 이후 버전을 사용 중인 소비자가 10만원짜리 배터리를 6만6000원을 깎아준 3만4000원에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안내했다. 적용 기간은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다.

애플코리아가 발표한 성명에는 이례적으로 사과와 보상에 대한 내용이 담겼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못이 없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변명쇼'에 가까웠다.

애플코리아는 “고객의 제품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기 위해 애플 제품 수명을 의도적으로 단축시키거나 사용자 경험의 질을 떨어뜨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이런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경험을 저해한 적 없다고 해명한 애플코리아는 금세 말을 바꿨다. 배터리 수명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는 '고객 제품 업그레이드'로 둔갑했다. 애플이 미국에서 발표한 성명을 한글로 번역했다 하더라도 내용의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설명만 늘어놓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애플코리아는 “약 1년 전 배포된 iOS 10.2.1에는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 아이폰6S, 아이폰6S 플러스, 아이폰SE에서 예기치 않게 전원이 꺼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 부하가 최고치에 이를 경우 전력 관리를 향상시켜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포함했다”고 시인했다.

이어 “일부 시스템 구성 요소의 최대 성능을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대한 변화는 이용자가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간혹 앱 실행 지연 및 기타 성능 저하를 경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경험의 질을 떨어뜨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이용자가 성능 저하를 경험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코리아는 고객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변치 않는 목표라고 밝히면서, 아이폰을 최대한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그 목표를 이루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아이폰 성능 저하를 경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오롯이 고객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애플코리아는 아이폰 성능 저하를 경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중단하겠다고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같은 업데이트를 지속 실시하되,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추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애플코리아는 “2018년 초에는 아이폰 배터리 상태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기능이 포함된 iO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할 예정”이라면서 “이를 통해 이용자는 배터리 상태가 아이폰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