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테리아로 작동하는 섬유 형태의 미생물 연료전지 연구가 화제가 됐다. 땀이 박테리아의 동력이 돼 배터리가 필요 없고 구부리거나 늘릴 수 있어 각종 웨어러블 기기에 응용될 수 있다.
이를 개발한 주인공은 최석현 미국 뉴욕주립 빙엄턴대 교수다. 그는 바이오멤스(BioMEMS)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센서와 바이오연료전지를 연구하고 있다. 배터리 없이 자가발전이 가능한 형태의 휴대용 기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자랄 수 있는 박테리아를 에너지원으로 주목했다.
“최근 사물인터넷(IoT)이 발전하면서 영구적으로 자가 발전이 가능한 독립 센서 모듈에 대한 개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박테리아는 저온과 고온 어느 환경에서도 서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상적으로 IoT 센서에 에너지를 무한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생물에서 에너지를 확보하는 미생물연료전지(MFC) 분야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박테리아가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얻을 때 박테리아 내부에서 화학작용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전자가 산소와 결합을 하게 되는데, 이때 산소와 결합을 최소화하면서 전극을 집어넣어 발생된 전자를 끌어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연구팀이 만든 MFC는 대부분 제곱센티미터(㎠)의 작은 크기다. 5년 동안 개발한 MFC는 개발도상국에서 이용하는 현장진단(POC) 바이오센서를 위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 바이오센서는 상용 배터리를 주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배터리 수급이나 가격,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개발한 MFC는 사람의 침으로 구동되는 배터리로 자원이 한정된 지역에서도 쉽게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닌자 별 표창 모양 배터리나 성냥갑 크기로 접히는 배터리,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효소 연료전지, 오리가미(종이접기) 배터리 등 독특한 연구 이력도 눈에 띈다. 신시내티대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재직하는 동안 땀 센서의 대가인 제이슨 헤이켄필드 교수와 바이오멤스 창시자인 안종혁 교수로부터 많은 연구 아이디어를 얻었다.
“종이를 배터리로 사용하면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종이접기를 통해 쉽게 배터리를 직렬, 병렬로 연결시킬 수 있고 작은 크기로 접고 다닐 수도 있죠. 종이 자체의 섬유질이 만들어낸 대면적특성이 배터리 출력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특히 종이는 저렴하고 바이오센서 구동 이후 바로 태워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전염병 확산 우려도 낮출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바이오센서와 바이오배터리를 접목시켜 무전원 바이오센싱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당뇨병이나 여러 암 관련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도 개발하고 있다. 몸 안에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인체에 삽입이 가능한 바이오센싱 시스템도 연구 중이다.
최 교수는 성균관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석사를 취득하고 LG화학기술연구소에서 2년 남짓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를 하다가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욕주립 빙엄턴대에서 6년째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