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안법 사태' 되풀이 없어야

[기자수첩]'전안법 사태' 되풀이 없어야

국회는 지난해 12월 29일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의 첨예한 정치 이슈 탓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전안법 개정안은 마지막 본회의에서야 가결됐다.

전안법은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으로 구분하던 법령을 통합했다. 가죽, 원단 등 제품 소재도 일일이 KC 인증을 받아야 한다. 건당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비용 탓에 취급 상품이 많을수록 비용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해외 쇼핑 사이트는 KC 인증을 받지 않아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소상공인이 전안법 시행에 반발한 이유다.

국회가 통과시킨 개정안은 위해성이 낮은 일부 상품의 KC 인증 의무를 면제하고, 구매대행업자와 병행수입업자의 사업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를 인정하는 게 골자다. 소상공인 수백만명이 새해부터 범법자로 전락하는 사태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전안법은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의했다. 당시 소상공인을 비롯한 유통업계는 법 입안 단계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부와 해당 법을 직접 적용받는 유통 사업자의 부족한 교감이 전안법 사태를 촉발한 셈이다. 여야는 개정안 발의 이후 의사 일정을 계속 파행으로 몰고 가면서 업계에 위기감을 키웠다. 행정부, 입법부, 업계의 불협화음이 국민은 물론 유통업계에 일대 대혼란을 야기했다. 수백만명에 이르는 소상공인들은 생존권을 위협받았다.

전안법 개정안은 부칙에 따라 가결 일로부터 6개월 유예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기간 KC 인증 제외 대상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2015년 법안 발의 때보다 더 정확한 예고와 시장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

새로운 규제와 법은 모든 이해 관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러나 전안법의 핵심은 무엇보다 소비자 안전이다.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 안전을 강화하면서도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는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