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한 명이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채 3년도 안 돼 20배 이상 수익을 올렸다고 자랑한다. 둘러선 친구들의 부러움과 어이없음은 당연한 반응이지만 노동 가치보다 일화천금의 유혹에 흔들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비트코인 투자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이 바보가 되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9년 일본 개발자에 의해 탄생한 비트코인이 가상화폐 최초는 아니다. 게임·통신사, 심지어 항공사 마일리지에까지도 제한된 품목 거래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거래 품목 제한이 없는 법정화폐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가 비트코인·리더리움 등 1300종이 넘는 가상화폐를 양산했고, 현재 800조원대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산 증식 수단으로 가상화폐 채굴과 거래에 목매는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금융 상품 거래에는 '이익금 총액+수수료=손실 총액+상품 가치' 공식이 항상 성립한다. 가상화폐 거래에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이 공식은 다른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는 가치, 즉 상품 가치가 무한 증가하지 않으면 수익 규모만큼 손실도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2000만원을 오르내리는 비트코인도 상품 가치보다 매매 차익에만 혈안이 된 투자자들 때문에 정부는 투기로 분류,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물론 일각에서는 사이버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규제의 부당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가상화폐 가치가 급락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거래소 해킹에 의한 화폐 유실, 시스템 장애와 거래소 폐쇄 등에 의한 거래 중지, 사기성 홍보에 의한 신뢰도 하락, 소프트웨어(SW) 에러로 인한 부정확성이 가상화폐를 휴지로 만들기도 한다. 이미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이던 마운트곡스와 국내 유빗이 해킹 당해 파산했다. 우리나라 최대 거래소 빗썸의 거래 중단으로 피해자가 속출한 사건은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만일 암호화된 화폐가 해독되면 모든 가상화폐는 폐기된다. 이러한 위험에도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명백히 시세 차익 유혹 때문이다.
현재처럼 상식 이상의 시세 차익이 시현되면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고, 노동 가치는 당연히 평가 절하된다. 아무런 노력 없는 소득 합법화는 분명 정의사회 구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미래 주인공의 가치관 정립에 독이 될 것은 자명하다. 뇌물, 노름 등 허상의 상품 가치 기반 행위를 정부가 규제하는 것도 동일한 이유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확대가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상화폐에 활용되는 암호화 기술이나 블록체인 기술은 사이버 사회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기술이며, 이미 핀테크와 심지어 제조업에도 사용되고 있다. 오히려 가상화폐 거래가 비정상으로 중단되면 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도 뒷걸음칠 수 있다.
정부는 음과 양의 양면성을 띠는 가상화폐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 투기는 규제하되 미래 존재 가치를 준비하는 가상화폐를 무차별 억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거래 방식 변화를 선도할 후보 가운데 하나가 가상화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상화폐의 정상 발전으로 미래 거래 방식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단순한 규제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투기를 억제하고 가상화폐가 정상으로 정착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위해 정보기술(IT) 전문가와 금융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