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가 가상화폐를 적용한 게임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상화폐 자체를 현금이나 현금충전물로 보지는 않지만 사행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10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한국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에서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금이나 현금충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이와 관련해 별도 지침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앞으로 웹보드 등 사행성 모사 게임물에서 가상화폐와 게임 머니를 연동, 환전을 통한 사행화 우려가 있어 지속해서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위는 1월 현재까지 △가상화폐를 적용한 게임물 등급 분류가 신청되지 않았고 △유통 사례가 없어 사후관리 차원에서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술 규제 논란과 사행화 우려가 공존하는 만큼 신중하게 관찰한다는 방침이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채굴 과정에서 보상으로 주어지는 가상통화다. 블록체인은 중앙기구의 통제 없이 생성되는 플랫폼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개인간거래(P2P) 방식으로 거래 내역을 기록하기 때문에 위·변조와 해킹이 어렵다. 비트코인이 대표 가상화폐다.
1990년대부터 콘텐츠에 가상통화 개념을 도입한 국내 게임업계는 가상화폐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수년 전부터 PC게임 플랫폼 스팀이 게임 구매에 비트코인을 쓸 수 있게 했다. 스팀은 지난해 12월 높은 수수료와 가격 변동성을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술을 적극 도입한 게임이 등장했다.
지난해 11월에 출시된 '크립토키티'는 가상화폐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고양이를 교배하고 새로운 품종을 길러 내는 게임이다. 수집한 고양이는 이더리움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중국 넷이즈도 블록체인 기반의 고양이 수집 게임 '자오차이마오'를 최근 공개했다.
게임허브, KTB솔루션, KTB글로벌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반 게임 머니 '플레이코인'의 인증, 전용 전자지갑 개발에 합의했다. 플레이코인은 가상화폐 '퀀텀'이 기반이다.
가상화폐를 보상으로 내걸거나 거래 재화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아이템매니아, 파티게임즈 모 회사 모다는 게임 마일리지를 가상화폐로 교환하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모다를 비롯해 한빛소프트, 엠게임 등이 가상화폐 채굴 및 거래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9월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지분 65.19%를 913억원에 인수했다. 넥슨은 “당장 게임 사업과의 연결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단순 투자로 선을 그었다. 게임업계는 가상화폐 생태계가 안정화되면 코빗과 넥슨의 시너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는 '리니지' 속 게임 머니 '아덴'은 현실에서도 재화 가치가 있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가 당장 게임 내에 자리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기술 특성상 중앙 통제가 불가능,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가 게임 밸런스 등 게임사의 핵심 역량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는 기술보다 투자 관점에서 가치가 매겨져 게임물에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콘텐츠에 녹여내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