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은 플랫폼을 선점한 자가 승자가 된다. 운용체계(OS)가 대표 사례다. 여러 제조사가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진정한 승자는 구글이었다.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OS 플랫폼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차지했다. 세계에 존재하는 스마트폰의 80% 이상이 안드로이드로 돌아간다.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도 플랫폼을 두고 최강자를 다투는 자리가 됐다. 모바일 OS 절대 강자인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내세웠다. 세계 최대 유통 플랫폼을 차지한 아마존은 '알렉사'를 링 위에 올렸다. 바로 인공지능(AI) 플랫폼 전쟁이다. 전자제품부터 자동차까지 기기를 가라지 않고 명령을 내리는 첫마디는 “알렉사” 또는 “헤이 구글”이 될 정도로 이들에게 쏠린 관심은 뜨거웠다.
삼성전자 빅스비를 포함한 수많은 후발 주자들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잡기 위해 매서운 공세를 펼쳤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자사 제품에 독자 AI 플랫폼을 탑재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선두 주자와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바로 개방성이다.
알렉사를 예로 들어 보자. 지난해만 해도 스피커, 가전 등 일부 분야에서만 AI 알렉사를 활용했다. 그러나 이번 CES 2018에서 휴렛팩커드(HP), 에이서, 에이수스, 레노버 등 글로벌 PC 강자들이 잇달아 자사 개인용컴퓨터(PC)에 알렉사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했다. AI PC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아마존은 기기를 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조사와 국가를 넘나들며 알렉사 진영을 꾸리고 있다.
플랫폼은 선점이 중요하다. 영역이 넓어지면 후발 주자는 앞지르기가 어렵다. 그만큼 플랫폼 의존성이 강해져서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후발 주자도 개방성을 최대한 앞세워 시장을 공략한다. 그래도 한발 늦게 출발한 주자는 선두를 앞지르기 위해 두 배 이상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외 중소·중견 기업을 가리지 않고 자사 생태계 안에 들여놓기 위해서는 확실한 '당근'이 필요하다.
삼성과 LG를 앞세운 우리나라는 세트 조립 산업에 강점이 있다. 더욱 확실한 우위를 위해서는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사업자가 우리의 AI 플랫폼을 활용하는 데 불편함은 없어야 한다. 생태계를 개방, 주변 기업을 끌어들일 전략이 필요하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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