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금이던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인가 말 많은 사회로 바뀌었다. 한발 더 나아가 말만 내세우고 행동을 하지 않는 '나토(NATO, No Action Talk Only)' 사회로 변했다. 말만 앞서는 대표 장소가 선거판이다. 표를 얻기 위해 수많은 공약을 말하지만 실천되지 않는 헛된 말잔치로 끝나는 것을 무수히 많이 봐 왔다.
공자는 말만 앞세우는 것을 경계하는 말씀을 많이 남겼다. 공자는 위정편 제13장에서 '선행기언이후종지(先行其言而後從之)'라고 했다. “먼저 실천하고 나서 입 밖에 내라”라는 뜻이다.
학이편 제14장에는 '민어사이신어언(敏於事而愼於言)'이라 하여 “행동에 민첩하고 말하기에 신중하라”고 했다. 공자는 이 밖에도 여러 곳에서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줄 것을 2500년 전부터 가르쳐 왔다.
4차 산업혁명은 2년 전인 2016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 때 언급되면서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그 후 AI와 4차 산업혁명 세미나·토론회·강연회가 아침, 낮, 밤 가리지 않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이어 가며 열렸다. 우리 국민 모두는 이 분야에서 전문가가 다 됐다. 4차 산업혁명 개념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법·규제는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얘기도 잘한다. 법을 다루는 국회의원도 모두 잘 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이 규제 개혁이다. 법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사회 변화 속도를 자동차 속도에 비유했다. 가장 빠르게 변화를 주도하는 그룹은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이었다. 정부 조직과 규제 기관의 속도는 시속 25마일이었다. 가장 느리게 움직여서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법률 체계이며, 그 속도는 시속 1마일이라고 했다. 시속 1마일이 100마일을 못 가게 가로막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상황이다. 1마일 속도를 50마일 정도로 올려야 희망이 보일 것 같은데도 참으로 답답한 형국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이냐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AI가 인간 지능을 추월하는 특이점이 일어나는 시기를 대략 2045년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국내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인정사정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으로 20년 정도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때쯤이면 승자와 패자가 가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은 현재 초미의 관심사로, 과거 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혁신시켜야 해결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가는 핵심은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네트워크 인프라 등이다. 그 역할을 정보통신기술(ICT)이 맡고 있다. 우리 몸의 심장 역할을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ICT 강국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발 빠르게 움직인다면 엄청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미적거리기만 하면 나락으로 빠져들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승자독식의 혁신 및 파괴라는 패러다임으로 인류 사회를 변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면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언제까지 안이하게 토론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제 얘기는 그만하고 행동으로 옮기자. 4차 산업혁명은 분명 우리에게 큰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원장 yim@kic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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