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車 튜닝 산업, 미래차 시장서 생존 전략 찾아야

[자동차칼럼]車 튜닝 산업, 미래차 시장서 생존 전략 찾아야

자동차 애프터마켓 성장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던 튜닝 산업이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애프터마켓은 기업이 신제품 판매 이후 소비자 수요에 따라 형성되는 2차 시장을 뜻한다. 자동차 시장은 대표 애프터마켓으로 분류된다. 신차 구매 이후 수요가 발생하는 자동차 부품과 주유, 중고차, 금융, 정비, 세차, 튜닝 등이 모두 애프터마켓에 포함된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애프터마켓 규모는 약 100조원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자동차 튜닝 시장 규모는 5000억원대에 불과하다. 수년째 국내 튜닝 시장은 정체기에 머물러 있다.

한때 정부가 신성장 산업으로 키우겠다던 튜닝 산업이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자동차관리법에 튜닝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지만 규제 완화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정부의 승인 없이 차량에 부착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은 많지 않다.

신차 품질이 상향평준화되고, 완성차 업체가 직접 튜닝 부품을 부착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는 점도 튜닝 업계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이유다. 대기업이 직접 튜닝 제품 개발에 뛰어들면서 일부 중소 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처했다.

튜닝 업계가 갈 길을 잃은 사이 미래 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량이 주도할 미래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읽고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더 이상 서스펜션이나 브레이크 같은 단순한 하드웨어(HW) 부품만으로는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

튜닝 산업 종사자인 필자도 기존에 개발한 튜닝 부품만으로는 급변하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근 미세먼지 같은 대기 오염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다는 점에 주목, 친환경 소프트웨어(SW) 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에는 그 결과물로 차량용 미세먼지 에어컨 필터와 스마트폰용 미세먼지 측정기 등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스마트폰용 미세먼지 측정기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과 소형 측정기를 연결하면 즉시 주변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다. 이 측정기는 앞으로 모듈화를 통해 자동차 공조기 부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제품 R&D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은 글로벌 업체와의 기술 협력으로 줄였다. 일본과 영국 업체를 직접 찾아가 기술 제휴를 제안했고, 결국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일부 부품은 대만 업체를 통해 현지 생산,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좋은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유통 구조 혁신 없이는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유통 구조 혁신은 튜닝 업계 생존 전략에 중요한 요소다. 아직 국내 대다수 튜닝 업체들은 오프라인 유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튜닝 부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팽배한 이유다. 온라인 판매 방식은 튜닝 부품 가격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온라인 판매를 도입하면 소비자는 언제 어느 곳에서 튜닝 부품을 구매하더라도 동일한 가격과 보증 기간을 약속받을 수 있다. 기존의 지역 총판이나 지정 장착점을 없앰으로써 업체 역시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정된 내수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노력해야 한다. 최근 방문한 말레이시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대에 진입하면서 자동차 튜닝 부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었다. 자동차 수요가 이제 태동기에 불과한 동남아시아는 튜닝 업계에도 매력 만점의 시장이다.

차량 전동화와 스마트카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 시장은 튜닝 산업의 위기이자 기회다.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과 철저한 마케팅 전략이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양지우 레브 대표 info@rev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