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법과 제도에 의해 움직인다. 법치 국가다. 한 사람의 권력자, 한 무리의 집단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국회는 법치 국가로서의 기본 장치다. 국민이 자신을 대신해서 국회에 내보낸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든다.
법을 고치거나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300명의 국회의원, 정당·지역·단체, 유권자인 국민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시행령은 국회가 아닌 정부(대통령)가 한다. 법령이 기본 골격이라면 시행령은 살이다. 국무회의를 통해 시행령이 수정되면 정부는 이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법령이 개정되는 것만큼이나 국민의 삶에 직결된다.
법령과 시행령의 개정 절차는 다르다. 법령을 수정하려면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금 같은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시행령 개정은 국무회의만 거치면 된다. 법령을 수정하는 것보다 수월하다.
정부로서는 야당의 벽을 넘기 어려우니 시행령 개정으로 국가 정책을 밀어붙이기도 한다. 정부가 국회라는 견제 장치를 피해 가는 탓에 매번 논란이 발생한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승민 현 바른정당 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언급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은 시행령 개정을 국회가 견제하는 장치였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과 여당이던 새누리당 일부가 찬성했다. 국가(정부)가 마음대로 시행령을 개정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됐지만 박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무산됐다.
국회법 개정안이 다시 논의된다. 유 대표가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법안이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진다.
시행령 개정은 법 개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3년 전 국회는 정부 독단을 견제하기 위한 법이라며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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