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은퇴한 후에는 기억력 등 뇌의 인지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킹스 칼리지 런던(KCL) 연구팀은 은퇴한 공무원 3400명을 대상으로 은퇴 전부터 은퇴 후 초기까지 30년에 걸쳐 주기적으로 기억력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인지기능을 언어기억, 단기기억, 언어 유창성 등 여러 형태로 진행했고, 그 결과는 은퇴 후 언어기억과 단기기억 저하 속도가 평균 38%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기억은 단어, 문장, 이야기 같은 언어 재료에 대한 기억이다. 단기기억은 금방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등 일상생활에서 행해진 일을 기억하는 것으로 단기기억의 상실은 노인성 치매의 첫 신호가 되기도 한다. 언어 유창성은 동물 이름 등을 정해진 시간 내에 열거하는 것으로 장기 기억력과 기억 인출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다.
이번 연구결과, 상대적으로 머리를 많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고위직 공무원도 똑 같이 인지기능이 급격히 저하됐다. 이는 은퇴 전에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을 했어도 이것이 은퇴 후 인지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캐리 쿠퍼 맨체스터 경영대학원 조직심리학 교수는 “뇌는 쓰지 않으면 기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는 '유럽 역학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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