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창의 제품으로 유명한 사무용품 제조업체 M사. 조직 혁신을 꾀하며 성공 기법으로 잘 알려진 6시그마 기법을 도입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난 지금 효율성이 높아지기는커녕 핵심 부서인 연구개발(R&D) 부서에서 아이디어가 고갈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핵심 인력의 이탈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남들 다 하는 6시그마가 왜 우리 조직에서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걸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사람 성격이 다 다르듯 회사도 조직 문화가 저마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경영 기법도 회사 문화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 마이클 트레이시와 프레드 위어스마는 조직 문화를 유형별로 나누고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먼저 효율 지향 조직 문화다. 이런 문화 유형 기업은 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여서 이익을 내는 사업 모델에 어울린다. 효율을 높이려면 표준화와 정량화를 통한 최적화된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이런 기업의 조직 문화는 위계질서가 강하고, 조직원이 절차와 규율을 충실히 따르는 경우가 많다. 대표 사례가 다국적 디지털 산업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창의 지향 조직 문화는 시장을 선도하는 차별화한 상품으로 성패를 거는 사업 모델에 적합하다. 이런 기업의 조직 문화는 다소 수평 구조이고, 조직원들이 업무 방식과 일정을 자율 관리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사무용품으로 특히 유명한 다국적 기업 3M의 조직 문화가 이러한 형태다. 이 덕분에 이들은 창의 제품을 개발해 내고 있다.
고객 지향 조직 문화는 고객 만족을 통해 충성 고객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에 어울린다. 이런 문화의 기업은 의사 결정 때 고객 관점을 중시하고, 현장 직원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한다. 건축자재 및 인테리어 디자인 도구 판매 업체인 홈디포가 딱 이런 곳이다. 이들은 직원들이 고객에게 제품 사용법을 시연하는 등 친절하기로 유명하다
만약 조직 문화에 적합하지 않은 경영 기법을 도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효율 지향 문화 형태인 GE의 경우 통계를 적용,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품질 개선 기법인 6시그마로 탁월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 기법이 모든 회사에 맞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2000년 GE출신 경영자 밥 나델리가 고객 지향 조직 문화를 가진 홈디포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해서 6시그마를 도입한 일이 있다. 당시 홈디포는 경영난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이 기법이 단기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장 중심이던 이전 조직 문화와 달리 6시그마는 표준화와 중앙 집중화된 의사 결정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장 직원들이 등을 돌리면서 영업망이 손실되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또 다른 GE 출신 경영자 제임스 맥너니도 창의 조직 문화를 가진 3M의 CEO로 자리를 옮긴 후 실패를 경험했다. 그는 인력 감원과 6시그마를 통한 조직 혁신을 전격 단행했다. 그러나 이렇게 효율성만 강조한 경영 방식이 3M의 문화와는 맞지 않았고, 결국 적응하지 못한 기존 직원들이 반발해 조직을 떠나면서 3M의 경쟁력도 잠식되고 말았다. 한때 혁신 기업 순위에서 정상을 차지한 3M의 혁신 지수 또한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맥너니 대신 3M에서 성장한 조지 버클리가 CEO 자리를 이어받았다. 버클리는 3M 웨이로 불리는 창의 지향 조직 문화를 복원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근무 시간 가운데 15%를 창의 연구 시간으로 배정하고 중단된 R&D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도 재개했다. 그 결과 경영 성과가 향상되고 바닥까지 내려간 주가도 예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조직 문화 유형별로 적합한 경영 기법은 무엇일까. 효율 지향 조직 문화에는 앞에서 설명한 6시그마 이외에도 공정 전체에서 품질을 향상시켜 낭비를 제거하는 전사 차원의 품질 경영 기법인 TQM이 적합하다. 창의 지향 조직 문화에는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자율 연구를 하게 만드는 15%룰이라든가 문제 해결 창의 방식인 TRIZ를 적용할 수 있다. 고객 지향 조직 문화에는 고객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고객 관리를 지향하는 고객관계관리, 고객만족관리 기법이 적합하다.
▲오늘의 아이디어
아직도 무조건 남들이 좋다는 경영 기법을 따라 하고 있는가. 조직 문화는 한 기업을 결정하는 특징이다. 우리가 어떠한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한 번 돌아보고 가장 잘 맞는 경영 기법을 채택하자. 조직 문화와 경영 기법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최고의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정리=조은실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 제작본부 주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