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화폐와 상품 모두의 성격을 부분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법정화폐에 대한 도전으로 바라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건전한 가상화폐 시장 조성을 위한 거래소와 소비자의 만남' 세미나에서 이철이 한국가상화폐거래소협회 추진위원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보는 시각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법정화폐에 대한 도전으로 착각하고 있어 가상화폐에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다”며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은 가상화폐에 대해 단정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을 발전시키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은 “리플,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는 그 기능에 따라 유용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단순히 투기로 볼 것이 아니라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묵 금융소비자연맹 전문연구위원은 가상화폐거래를 '투기시장'으로 보는 인식부터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선량한 투자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는 만큼 건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4차산업혁명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시장은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필수관계”라며 “건강한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규제는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이 거래소 폐쇄로 향하는 정책은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달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접수된 가상화폐관련 소비자 피해사례를 분석한 결과 남녀노소 모두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접수 연령을 살펴보면 30대 이상 50대 미만이 70%로 가장 많았지만 50대 이상도 20%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 피해사례는 거래소 시스템 오류로 인한 매매불가 등이 70%를 차지했으며 다단계(20%), 사기거래(10%) 등이 뒤를 이었다.
김 위원은 “가상화폐거래소를 통신판매업으로 허가를 내주는 것은 지금과 같이 대규모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 특성을 감안할 때 적절하지 않다”며 “일본사례처럼 해킹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보호를 위해 얼마나 자본금을 확보하고 있는 지 등의 사전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화폐에 대한 기술이나 정보 비대칭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공신력 있는 정보전달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며 “거래소의 자본금, 시스템 등을 평가해 공개할 수 있도록 기관이 맡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