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은 2027년 세계 총생산의 10%가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되고, 제2 인터넷인 블록체인은 다른 기술과 응용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는 개방된 글로벌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1969년 아르파넷(Arpanet)으로 시작된 분산 컴퓨터 기반의 정보 교환 기술인 인터넷은 1989년에 개발된 웹과 함께 탈중앙화 정보를 조직화하고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데이터 신뢰 결여와 해킹, 도메인 시스템의 운영 관리 등으로 국가와 기업 등 특정 조직 관여 및 검열을 피할 수 없게 됨으로써 오늘날 인터넷은 사실상 반쪽짜리 탈중앙 시스템이 돼 있다.
블록체인을 '제2 인터넷', 즉 완전한 탈중앙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것은 모든 참여자가 중개자 없이 직접 가치를 교환해서 반쪽 인터넷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현재의 코인 열풍은 1990년대 닷컴 열풍을 연상시킨다. 버블 논쟁이 일어난 그 시기에 아마존, 구글, 이베이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했다. 이들이 당시로는 터무니없던 인터넷과 웹 기반의 사업 모델로 등장했듯 지금 블록체인 역시 인터넷의 한 응용으로써 암호화폐라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사업 모델을 데뷔시켰기 때문이다. 이후 닷컴기업이 부침 과정을 거치며 발전됐듯 지금 블록체인 기술과 비즈니스 역시 앞으로 변화무쌍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미래 닷컴'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로 새로운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연구해야 할 때다.
모든 것을 위한 블록체인이라는 말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베이스(DB), 정보 보호, 운용체계(OS) 또는 반도체 칩이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개발에도 적용될 것이다. 가장 주목할 것은 블록체인이 인터넷의 근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인터넷 구조를 개편하는 연구가 있으며, 도메인 시스템이나 라우팅 시스템 보완 연구도 있다. 웹과 나란히 인터넷 위에 얹힌 구조로 만들어질 수 있고, 블록체인이 웹3.0 핵심 기술의 하나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어떤 길로 가든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인터넷은 완전 분산 구조로 된 신뢰와 자율 인터넷으로 정착될 것임이 분명하다. 정보통신기술(ICT) 역사는 효율을 중시하는 중앙화·집적화, 개방되고 개인 영역을 중시하는 분산화·분권화의 두 축 사이에서 변증법 원리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대형 컴퓨터, 클라우드 등이 중앙화·집적화 사례라면 인터넷에서 시작된 분산화·분권화 갈래는 IoT와 블록체인으로 이어진다.
대규모화, 상호 운용성, 시스템 안정성, 거버넌스 등 인터넷이 해결한 과제를 블록체인 또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분석가는 블록체인이 이런 과제 해결과 인프라 정착에 앞으로 5~10년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 인터넷이 탄생한 지 36년이 흘렀다. 이는 인터넷에 열광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로 키워 온 혁신 에너지가 우리 DNA에 새겨지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닌가 한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세계에서 세 번째를 차지하는, 암호화폐 열풍을 보면서 우려와 함께 한편으로 블록체인 세계 최고 국가가 되는 것이 헛된 꿈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 몇 달 만에 블록체인 기업 수가 세 배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 대부분이 그 복잡한 블록체인을 인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열기를 혁신 에너지로 승화시켜서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쏟아 부을 수 있다면 분권화가 중심이 될 제2 인터넷 시대에도 세계 최고의 블록체인 인프라 국가가 될 것이다.
박현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융합서비스PM hyunje@iit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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