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다.
공기업 지정을 검토했던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은 기존대로 기타공공기관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대신 공기업에 준하는 경영혁신을 추진한다.
기획재정부는 3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개최해 '2018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기재부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검토했지만 유보 결정을 내렸다. 공공기관은 인력·자산규모 등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으로 구분하는데, 금감원은 당초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지정이 점쳐졌다.
기재부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올해 본격 진행될 예정인 점 등을 고려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지정 논란이 불거진 것은 감사원 감사 결과 금감원의 채용비리, 방만경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이번 지정유보로 금감원은 종전대로 정부가 아닌 금융위원회 관리감독을 받게 됐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금융감독기구 독립성 확보 등을 이유로 2009년 해제된 바 있다.
기재부는 금융위·금감원이 채용비리 근절대책을 마련하고, 비효율적 조직 운영 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수준 경영공시를 하고,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 중 1인 이상이 참여하는 엄격한 경영평가를 실시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위는 추진실적을 공운위에 보고하고, 공운위는 추진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내년에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작년 공운위에서 2018년 공기업 지정을 검토하기로 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종전대로 기타공공기관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산업 경쟁력 강화, 필요시 구조조정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대응을 이유로 밝혔다.
기재부는 “금융위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공기업에 준하는 조치계획(△자체 경영혁신안 이행 철저 △사외이사 선임시 외부인사 참여 △엄격한 경영평가)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와 함께 9개 기관(서민금융진흥원, 공영홈쇼핑, 에스알(SR),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한국산학연협회,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한국수목원관리원, 한국에너지재단)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신규 지정했다. 지정 실익이 낮은 1개 기관(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했다. 여건 변화를 반영해 6개 기관의 유형을 변경 지정했다. 강원랜드는 공기업으로 지정됐고,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한국재정정보원 등은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번 공공기관 지정으로 전년대비 8개가 늘어난 총 338개 기관이 공공기관 운영법상 관리대상으로 확정됐다. 공기업은 전년과 동일한 35개, 준정부기관은 5개 많은 93개, 기타공공기관은 3개 많은 210개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