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은 “장비, 재료 분야 기업과 협력 없이는 혁신은 어렵다”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31일 개막한 세미콘코리아 2018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후방 산업계와 협력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면서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장비 재료 협력사와 삼성전자가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실시한 숫자는 2013년 대비 3배가 늘었고, 접촉 횟수(작업량)는 5배나 증가했다”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곳에서 장비와 재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강 부사장은 이날 협력사와 공동으로 이룬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첫 사례는 로직, 파운드리 공정에 도입될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EUV를 활용해 차세대 7나노 공정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ASML 같은 장비 회사와 감광제(PR)를 생산하는 일본의 여러 회사와 협력했다. 강 부사장은 “EUV를 활용한 양산 라인이 곧 가동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사례는 '초임계' 세정 장치다. 초임계는 기체도 액체도 아닌 특수한 성질을 띠는 물질 상태를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액화 이산화탄소를 초임계 상태로 만든 후 이를 활용해 웨이퍼 세정 작업을 한다. 기존 회전 방식을 사용했을 때는 초미세 패턴이 뭉개지는 현상이 발생했으나 초임계 기술을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완전 차단했다. 이 세정 장치는 삼성전자가 자회사 세메스와 공동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현재 개발 중인 혁신 사례도 소개됐다. 좀 더 깊은 구멍을 빠르게 뚫을 수 있도록 파워를 높이는 동시에 패턴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30도씨 이하 극저온에서 작업하는 초저온(Cryogenic) 식각 장비가 수년 내 상용화 될 것이라고 강 부사장은 설명했다.
차세대 M램 양산 시 활용되는 이온빔 식각 장비는 화학 방식이 아닌 물리적으로 원하는 부위를 긁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역시 조만간 생산라인에 도입돼 M램 양산에 쓰이게 된다. 단차가 높은 패턴을 보다 정밀하게 구현하기 위해 원자층식각 장비 역시 개발 중으로 양산이 임박해 있다고 강 부사장은 설명했다.
3D 낸드플래시 생산 시 굉장히 두껍게 바를 수 있는 감광제를 이용하면 한 번에 여러 층의 셀을 만들 수 있다. 동진쎄미켐이 두꺼운 감광제를 개발해 삼성전자로 공급 중이다.
이외에도 보다 미세한 먼지 입자를 발견하기 위한 측정 장비와 패키지 분야에서도 협력사와 공동 작업을 통해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강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계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굉장히 큰 기술적 어려움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장비, 재료 업체가 혁신을 해줘서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도 협력 강화해 기술 한계를 함께 넘자”고 강조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