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발 소식을 접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4차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첨단 트렌드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단순한 논의 수준을 넘어 실제로 국회 운영과 조직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국회는 폐쇄 성격인 데다 권위가 막강한 곳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 국회가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4차특위)를 구성하고 정부·업계와 빠르게 교감하고 있다. 새로운 흐름에 발목 잡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정부보다 한발 먼저 선결 과제를 제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일 '4차 산업혁명 선도 국가 중심 도서관 비전 선포식'을 연 국회도서관이 눈길을 끈다. 폐쇄성 강한 국회가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을 둔 새로운 입법 지원 서비스도 구축한다. 신기술 개발 및 도입, 지식 정보 공유와 협력으로 미래 지능형 도서관 모델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무엇보다 선포식에 국회의장이 직접 참석, 국회 분위기 변화를 감지케 했다.
흔히 정책과 법·규제가 현실을 못따라 온다는 말을 한다. 정부와 국회는 산업과 민간의 새로운 변화를 보고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대응만큼은 달랐다. 국회는 최근 '4차 산업혁명 대응 입법 과제' 52건을 도출했다. 융합 신산업 진입 장벽 완화 등 규제 개혁과 빅데이터,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등 신산업 분야를 망라한다. 국회가 첨단 산업이라는 흐름 변화에 선제 대응한 사실상 첫 사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출범한 4차특위는 입법부가 행정부보다 먼저 조직을 만든 이례의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국회는 변화의 흐름에 둔감하고 보수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그러나 최근 달라진 분위기는 최소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 “민간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에서 국회가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정세균 의장의 말이 현실감있게 받아들여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