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후신고제는 이동통신요금 규제를 사후규제 방식으로 전면 전환을 의미한다.
현재 요금 규제는 법률상 사전규제와 사후규제가 혼재됐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법률에 의거, 정부 심의 이후 요금 출시가 가능한 '인가제'를 적용받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로 자유롭게 요금출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3사 모두 요금제 출시에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인가를 받고 있다.
이통사의 사후신고제 제안은 기존 요금 규제 개편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 규제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논의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배경은
사후신고제는 현행 요금 규제가 지나치게 사업자 자율을 제한하고 결과적으로 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한다.
사후신고제가 도입되면 이통사가 자유롭게 요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출시 기간이 단축되고 수요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보다 많은 요금제가 시장에 출시돼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한 상품은 도태돼 저렴하고 이용자 요구를 만족시키는 상품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시장 논리다.
현행 규제는 이통 3사 모두 정부와 협의아래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안전한' 상품만 출시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받는다. 규제가 혁신 서비스 출시를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이다.
◇효과는
이통사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대부분 이통 요금에 대한 사전 또는 사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일부 유선 상품에만 가격상한제를 운영한다. 이통사 상품이 시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규제기관이 사후중지 또는 과징금 부과 등 제재한다.
일본은 1998년 요금인가제 폐지에 이어 2004년 신고제도 폐지했다. 당시 3위 소프트뱅크는 저가 요금제를 대량 출시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NTT도코모와 KDDI가 맞대응하면서 이동통신시장 전체 요금이 인하됐다.
미국에서는 2016년 9월 T모바일이 무제한 요금제를 90달러에 출시했다가 AT&T, 버라이즌이 경쟁적 요금 인하에 나서며 약 4개월 만에 동일한 요금이 75달러까지 내렸다.
이통사는 우리나라도 규제를 완화하면 이 같은 경쟁 효과가 구체화될 것이라며 요금경쟁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과제는
그럼에도 사후신고제는 과도한 규제 완화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이통사가 자발적으로 요금을 내린 사례가 드문 만큼 사후신고제가 지나치게 이통사의 선의에 의존한다고 우려한다. 통신비 인하를 둘러싼 정반대 해법으로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의견차를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요금 사전규제 권한을 내려놓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후신고제는 과기정통부의 요금 사전규제 권한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 규제를 사후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전담하게 되고 이통사에 대한 정부 영향력도 낮아질 수 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