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최근 공직자와의 사사로운 자리에서 오랜만에 들은 말이다.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이자 앞으로 지향해야 할 정책 방향이다.
듣기만 해도 기대되는 말이지만 한편으론 지금 가는 방향이 평등, 공정, 정의에 가까운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공정 사회를 위한 현 정부의 열망은 어느 때보다 간절해 보인다. 열망이 닿아서인지 정부 지지도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산업계 시각에서는 공정을 놓고 온도차가 느껴진다.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등에서 사회 기여를 강요받는 지금의 분위기는 공정과 멀어 보인다.
최근 에너지를 비롯한 몇몇 산업 분야에서 공공화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국민 다수가 사용하는 기간 시설 특성상 민영화보다는 공영화가 낫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시장 경쟁을 도입한 곳에 다시 공공이라는 메스를 들이대면서 발생한다. 공공화를 위해선 '규제'라는 도구가 사용된다. 공공과 민간 간에 차별이 발생한다. 공공화의 결과가 정의로울 수는 있어도 공공화 과정은 공정하지가 않다.
공공화 작업의 세부 계획은 공무원 손에 달려 있다. 정책 입안자는 공공화 정책 수립 과정에서 민간 참여의 배경과 역할 등 그동안의 공과 과를 되새겨야 한다. 공공화를 추진하려는 산업의 현재가 공정한지도 살펴야 한다.
최근 에너지 업계에는 “사업을 중단하고 설비를 내다 파는 편이 낫다”는 식의 푸념이 늘었다. 시장 개방 이후 10년이 넘도록 계속되는 공기업과의 차별 경쟁, 일각에서 제기된 특혜 의혹 등에 지쳤기 때문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정의 구현은 쉽지가 않다. 평등과 공정도 입장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최대한 이들 가치에 가까운 정책을 입안하려면 어느 한쪽이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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